맨체스터 시티 옐링 홀란드가 7일(한국시각) 스페인 세비야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세비야 방문 경기에서 이날 경기 자신의 첫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4-0 승. 세비야/로이터 연합뉴스
스포츠의 대표적인 매력 중 하나는 언더독의 반란이다. 누구나 예상한 강자의 군림보다는 의외의 선수나 팀이 선전할 때 감동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반면 시작도 전에 너무 많은 기대를 받으면,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은 스포츠에서도 통하는 이야기다.
올 시즌 옐링 홀란드(22)는 소문난 잔치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큰 잔치였다. 195㎝ 키에 단단한 몸. 세계 최고 수준 골 결정력. 브뤼네FK(노르웨이)-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를 거친 이 신성은 어느 리그에서든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다. 도르트문트 시절 홀란드가 한 골만 넣으면 동료들이 “벌써 슬럼프가 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런 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하자 기대가 쏟아졌다. ‘이번 시즌 득점왕은 당연히 홀란드’라는 예상도 나왔다. 평소 특정 선수보다는 팀 전술을 중시하는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호날두-메시’로 대표되는 구시대를 끝내고 홀란드가 새로운 시대를 열 거란 전망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시즌 개막 한 달이 지난 지금, 기대는 산산이 박살 났다. 다만 그 자리를 채운 게 실망이 아닌 ‘경이’라는 게 홀란드와 다른 선수의 차이다. 홀란드는 리그 6경기 만에 10골을 뽑았고, 7일(한국시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세비야(스페인)와 경기에서 2골을 더했다. 생태계 파괴자의 등장. 팬들은 기대를 충족하는 걸 넘어 열광에 빠졌다.
맨체스터 시티 옐링 홀란드(왼쪽)가 7일(한국시각) 스페인 세비야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세비야 방문 경기에서 이날 경기 자신의 첫 골을 넣고 있다. 세비야/EPA 연합뉴스
경쟁자들은 공포에 떤다. ‘숙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수비수 출신 게리 네빌 해설위원은 “홀란드를 보면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든다”라며 “과거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보면 키 2m20의 거구 캐릭터 ‘죠스’가 있었다. 그는 사람을 가볍게 들어 올려 마룻바닥에 던지곤 했다. 홀란드가 경기하는 모습은 죠스와 비슷하다.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엄살이 아니다. 홀란드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10골을 넣었다. 믿을 수 없는 속도다. 단적인 예로, 손흥민(토트넘)이 지난 시즌 득점왕을 차지할 때 넣은 골이 총 23골이다. 리그에선 각 팀당 38경기를 치르는 만큼, 단순 계산하면 홀란드는 올 시즌 60골 이상을 넣을 수 있는 페이스로 내달리고 있다.
더욱이 홀란드는 오는 11월 카타르월드컵에 참가하지 않는다. 홀란드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 그의 조국 노르웨이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체력 부담이 가장 심한 시기에 홀란드는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셈이다.
과연 홀란드는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홀란드가 뛰는 맨시티는 11일 새벽 1시30분 안방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손흥민의 토트넘과 맞붙는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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