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 대 코스타리카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공격 기회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주도했으나 압도하지 못한 경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었다. 지난여름 2번의 프리킥으로 한국을 구했던 ‘캡틴’이 패배 문턱에서 다시 벤투호를 건져 올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코스타리카와 2-2로 비겼다. 역대 전적은 4승3무3패.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28위)이 코스타리카(34위)를 6계단 앞서지만 코스타리카는 2014 브라질월드컵 8강 이후 3연속 본선 진출을 이룬 중남미의 복병이었다. 벤투호는 어려운 한판을 치러야 했다.
변화를 예고했으나 “스타일과 아이디어는 동일할 것”이라고 했던 벤투 감독은 정밀하게 조정된 비대칭 전술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과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투톱으로 올리고 황희찬을 왼쪽에 배치했다. 지난 6월에는 브라질전에서는 오른쪽, 칠레전에서는 왼쪽을 뛰었던 그였다. 궁금증을 낳았던 오른쪽 풀백에는 김문환(전북), 김태환(울산)을 제치고 윤종규(서울)가 깜짝 선발로 간택 받았다.
최정예 멤버를 가동한 벤투호는 빠르게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2선과 3선을 오가며 볼 탈취와 간수, 방향 전환, 키패스까지 빌드업을 지휘했고 후방에서는 김민재가 영리한 위치선정과 빠른 발로 널찍한 영역을 커버하며 뒷문을 책임졌다. 익숙한 자리에서 돌격대장을 맡은 황희찬은 왼 측면을 휘저으며 황의조와 손흥민이 자리한 최전방까지 에너지를 연결했다.
황희찬이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무게중심을 앞에 둔 벤투호는 명암을 함께 드러냈다. 한국은 전반 27분 활발하게 움직이던 황희찬의 오른발로 먼저 골망을 열었다. 던지기 상황에서 황인범과 패스를 주고받은 윤종규가 침착하게 상대 수비를 제치고 횡으로 가른 패스를 어느새 중앙으로 치고 들어온 황희찬이 강하게 때려냈다. 황희찬은 이날 수차례 열혈 스프린트와 드리블을 선보였다.
선제골로 경기에 불이 붙은 가운데 코스타리카의 반격은 간결했다. 양 풀백이 올라가며 비운 공간을 공략하며 전반 34분 한차례 골망을 가른 토레스의 슛이 오프사이드로 무산된 뒤, 40분께 역습 상황 김진수(전북)가 비운 왼쪽에서 토레스가 올린 크로스를 베넷이 윤종규 등 뒤에서 튀어나오며 동점골을 쐈다. 한국은 전반 점유율 70-30, 슈팅 9-3으로 경기 주도권을 쥐었으나 압도하진 못했다.
손흥민이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이어서 후반 18분께 코스타리카의 에이스 캠벨이 손흥민의 볼을 끊어내며 단숨에 역습 상황을 만들었다. 캠벨이 화려한 개인기 후 옆으로 놓아준 패스가 크로스로 연결되며 문전 혼전 상황에서 베넷의 역전골이 터졌다. 벤투 감독은 나상호(서울),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을 투입하며 반전을 도모했고, 황희찬-황의조-손흥민 삼각편대는 숱한 공격 기회를 잡았으나 슛이 골대를 맞는 등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코스타리카 주이슨 베넷이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역전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후반 36분 돌발변수가 터졌다. 황인범이 절묘한 롱패스를 찔렀고 나상호가 가속해 달려들자 코스타리카의 알바라도 키퍼가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볼을 잡으며 핸드볼 반칙을 저지른 것. 알바라도는 즉시 퇴장당했고 한국은 절호의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혼돈이 가라앉은 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침착하게 오른발을 휘둘렀고 슛은 오른쪽 구석 키퍼의 사각을 갈랐다.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황희찬, 손준호 등이 연달아 결정적 기회를 잡았으나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아쉬운 무승부를 챙긴 벤투호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막판 담금질을 이어간다.
고양/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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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 득점 기회를 놓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손흥민이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축구 대표팀 평가전이 2대2로 끝난 뒤 코스타리카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