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선수협회(AIC) 10월의 선수에 뽑힌 김민재. AIC 누리집 갈무리
올여름 김민재(26)가 처음 SSC나폴리에 입성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렇게 물었다. 칼리두 쿨리발리만큼 할 수 있을까. 김민재의 선임인 쿨리발리는 ‘나폴리의 왕’이라고 불리며 8년 동안 이탈리아 리그를 지배했던 월드클래스 센터백이다. 중국·튀르키예를 거친 한국의 수비수가 그 빈자리를 지워낼 수 있을지 의심이 깊었으나, 불과 석 달 만에 질문은 완전히 바뀌었다. 김민재가 나폴리에 33년 만의 리그 우승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나폴리의 질주가 거침없다. 나폴리는 6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베르가모 게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세리에A 13라운드에서 아탈란타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리그 13경기 무패(11승2무)에 최근 9연승이다. 지난 2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리버풀에 당한 패배를 제외하면 모든 대회에서 진 적이 없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리그에서는 2위 AC밀란과 승점 6점 차 1위다.
나폴리의 김민재가 6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베르가모 게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세리에A 13라운드에서 아탈란타전에서 헤더를 하고 있다. 베르가모/EPA 연합뉴스
그 중추에 김민재가 있다.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특집기사를 통해 “그는 쿨리발리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이 쿨리발리의)
업그레이드라는 사실까지 증명했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김민재가 시즌 평균 평점(7.32점)에서 올 시즌 세리에A 중앙수비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전하며 걷어내기, 공중볼 경합 등 수비 지표뿐 아니라 패스 정확도·전진 패스 등 빌드업에서도 리그 최상급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김민재의 가치는 연일 상한가다. 동양인 최초로
세리에A 9월의 선수에 선정됐고 지난 4일에는 이탈리아 축구선수협회(AIC)
이달의 선수에 뽑혔다. 협회는 “나폴리의 화려한 공격은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다”라며 “김민재는 지난 10월 동안 주전 수비 파트너 아미르 라흐마니(부상 결장) 없이도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모든 회의론을 이겨내고 리그 최고의 중앙수비수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나폴리의 무패를 이끌고 있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AFP 연합뉴스
세리에 최강 득점 기계 빅터 오시멘(9경기 8골), 8월 리그 최고의 선수로 뽑혔던 신성 ‘크랙’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중원의 버팀목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 등 지금 나폴리 선수단의 신구 조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빼어나다. 나폴리가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컵)를 든 건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던 1988∼1989시즌이 마지막이다. 지난 30여년간 그 어떤 나폴리의 레전드도 이루지 못한 영광이 김민재의 어깨에 달려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