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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300조원 쓴 카타르, 돈으로 ‘클래스’를 살 수 있을까

등록 2022-11-18 18:45수정 2022-11-18 23:58

[박강수 기자의 도하일기] 부국의 ‘소프트 파워’ 야심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17일 저녁 카타르 도하 코르니시에서 월드컵 개막 기념 드론쇼가 열리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17일 저녁 카타르 도하 코르니시에서 월드컵 개막 기념 드론쇼가 열리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숙소에서 지하철로 약 15분 거리인 카타르 도하 서편에는 그믐달 모양으로 움푹 파인 만이 있다. 달의 남쪽 꼬리 부근 도하의 전통시장거리인 수크 와키프에서부터 월드컵 기간 팬 페스티벌이 열리는 알비다 공원을 지나 한국 대표팀이 묵는 호텔이 있는 웨스트베이까지 이어지는 약 6㎞ 해안 거리다. 본래 유명 관광 라인이기도 한 이 일대는 월드컵 개막 전부터 세계 각국의 축구팬과 축제 분위기에 달뜬 현지인들이 몰려 매일 불야성을 이룬다.

17일(현지 시각) 저녁 ‘시선 강탈’의 주인공은 튀니지 응원단이었다. 붉은색으로 ‘깔맞춤’을 하고 국기를 휘두르는 그들은 방송국 카메라가 멍석을 깔아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튀니지 국가 ‘조국의 수호자’를 떼창하며 수크 와키프의 공기를 장악했다. 이번에 2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일군 ‘카르타고의 독수리’ 튀니지는 프랑스, 덴마크, 오스트레일리아와 D조로 묶여 있다. 1승 정도를 목표로 삼는 게 현실적인 구성이지만 술 한 방울 없이도 이토록 흥겨운 팬들의 열기만큼은 우승권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17일 저녁 카타르 도하 수크 와키프 중심거리에서 튀니지 시민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17일 저녁 카타르 도하 수크 와키프 중심거리에서 튀니지 시민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17일 저녁 카타르 도하 코르니시에 공인구 ‘알릴라’ 모형에서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17일 저녁 카타르 도하 코르니시에 공인구 ‘알릴라’ 모형에서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튀니지를 비롯해 수많은 해외 방문객들이 분위기에 흠뻑 취하도록 카타르는 지극 정성을 들여 국가 전역을 단장해 놓았다. 내무부 청사 같은 관공서 건물 외관에는 카타르월드컵 마스코트인 라이브(La’eeb)의 휘장이 걸려 있고, 3년 전 개통한 최신식 지하철 스크린도어에는 지난 월드컵 대회의 역사가 그래픽으로 요약되어 있다. 월드컵 기간 내내 사람들을 끌어모을 알비다 공원 쪽 코르니시 해안가에서는 축구 선수나 월드컵 트로피를 형상화한 드론쇼가 행인들의 카메라를 붙든다.

빌딩 외벽 한 면을 통째로 털어 32개 본선 참가국의 대표 선수들을 한 명씩 그려놓은 광고판들은 이미 유명하다. 일본의 요시다 마야, 캐나다의 알폰소 데이비스, 벨기에의 티보 쿠르투아 등 스타들의 대형 배너가 곳곳에서 관찰된다. 한국의 손흥민은 교통부 빌딩에 큼직하게 프린팅되어 있는데, 대표팀 숙소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손흥민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방에서도 잘 보인다. 운 좋게 제 것만 보이더라. 그래서 기분도 좋고 그만큼 책임감도 느꼈다”고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닷새 앞둔 15일(현지시각) 저녁 카타르 도하 시티센터 인근 건물 외벽에 손흥민 사진이 걸려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닷새 앞둔 15일(현지시각) 저녁 카타르 도하 시티센터 인근 건물 외벽에 손흥민 사진이 걸려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카타르는 12년 전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된 이후 도시 하나를 새로 만들 기세로 대회를 준비했다. 경기장 6곳을 신축했고 2곳을 대규모로 증축했다. 도하에는 각 경기장을 잇는 노선 3개 규모의 지하철을 새로 깔았고, 2014년 개항한 하마드국제공항은 아직 건설 중이다. 카타르가 월드컵 프로젝트에 동원한 총비용은 최대 2200억달러(약 295조원)까지로 추산된다. 러시아(2018)의 18배, 남아프리카공화국(2010)의 61배, 한국·일본(2002)의 31배다.

카타르는 분명 월드컵에 사활을 걸었고 여기에는 축구 이상의 야심이 있어 보인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을 인수한 뒤 축구 역사상 가장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네이마르를 영입한 일부터 데이비드 베컴을 월드컵 홍보대사로 앞세운 것까지, 카타르는 천연가스에서 창출된 국부로 스포츠계의 소프트파워를 ‘사들였다’. 앞서 영국 <가디언>은 카타르가 최근 세계 군수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하드 파워에서도 큰 도약을 기획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월드컵은 카타르 프로젝트의 종점이 아닌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하/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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