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의 김대원(왼쪽)과 양현준이 10일 부산 송정호텔에서 열린 2023 K리그 겨울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강등권(2021년)에서 1년 만에 상위스플릿 6강으로 도약한 강원FC의 공격 선봉에는 김대원(26)과 양현준(21)이 있었다. 지난해 강원과 한국축구가 발견한 ‘두 에이스’도 올해 시험대에 선다.
10일 부산 송정호텔에서 열린 2023 K리그 겨울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 자리한 김대원과 양현준은 ‘더 많은 책임감’에 대한 자기 인식을 분명히 했다. 지난 시즌 김대원은 리그 12골13도움으로 전체 선수 중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 베스트11에 뽑혔다. 양현준 역시 사실상 데뷔 시즌 8골4도움을 올리며 영플레이어상을 차지했다. 이제 강원을 상대하는 팀들은 김대원·양현준 공략법을 연구해야 한다.
구단의 신뢰는 등번호로 표출됐다. 김대원은 17번에서 10번으로, 양현준은 47번에서 7번으로 이른바 ‘에이스 넘버’를 바꿔 단다. 김대원은 “17번으로 좋은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번호 변경에 많은 고민을 했다. 라커룸에 17번이 걸려 있을 때보다 10번이 걸려 있을 때 경기 나서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변경의 이유를 밝혔다. 번호를 통해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함이었다는 설명이다.
양현준도 마찬가지다. 그는 “처음에는 7번 제안을 거절했다가 마음을 바꿨다. 7번을 달면 부담과 책임감이 커지겠지만 그걸 이겨내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거 같았다”라고 답했다. 특히 소포모어 시즌(데뷔 후 두 번째 시즌)부터 집중 견제 대상이 될 것이 확실한 양현준 앞에 가시밭길이 펼쳐질 공산이 적지 않다. 그는 “작년에는 상대가 저를 잘 몰라서 통했다면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최용수 강원 감독 역시 “상대가 내버려 두겠나”라며 “(집중견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평범한 선수로 남고 헤쳐나가면 무서운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장래가 무궁무진한 선수”라며 “감독 입장에서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젊은 선수니까 오히려 실수를 많이 하는 것도 큰 선수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나중에 제가 후회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김대원과 양현준 모두에게 ‘작년만큼만 해달라’라고 했지만 두 에이스는 ‘작년보다 나은 시즌’을 목표로 자신을 다잡고 있다. 김대원은 “공격포인트는 작년에 세운 것처럼 20개를 목표로 정했다. 시즌 베스트11도 2연패하고 싶다”라고 했고 양현준은 “팀으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작년보다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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