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과 정승현이 20일 오후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 K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호랑이 포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K리그 구단들의 구호가 바뀌었다. 올해는 ‘타도 울산’이다.
개막을 닷새 앞둔 20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1 미디어데이 행사에 자리한 열두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겨우내 곱씹었을 새 시즌 각오를 밝혔다. 17년 만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시즌을 맞은 울산 현대부터 8년 만에 1부리그로 돌아온 대전 하나시티즌까지, 모두가 ‘도전자의 마음가짐’으로 출발선에 섰다.
다섯 시즌 동안 이어졌던 전북 현대 천하가 무너진 자리에는 울산이라는 새 목표가 섰다. ‘새 시즌 3전 전승하고 싶은 팀’을 묻는 질문에 울산의 주장 정승현이 “전북과 세 경기를 다 이기면 승점 9점이다. 반드시 이기고 싶다”라고 운을 띄우자, 전북의 주장 홍정호도 “울산에 3승 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받았다. 포항 스틸러스 김승대와 제주 유나이티드 최영준도 울산을 필승 상대로 꼽았다.
특히 강원FC의 각오는 남달랐다. 10년 넘게 울산 상대로 승리가 없는 강원은 지난 시즌 네 번 붙어 네 번 졌다. 김상식 전북 감독이 “(강원이) 작년에 울산에 4패 했는데 분발해서 4강에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자 최용수 강원 감독은 “울산은 올해 목표 중 하나다. 4전4패는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징크스이고, 김상식 감독이 집요할 정도로 부탁을 많이 하는데, 큰 고민 안 하셔도 된다”라고 답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정상을) 지킨다라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마음으로 시즌에 임하겠다”라며 “팀의 상황이 좋을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상대가 누구든지 가능한 승점을 따야 한다. 예상 못한 패배가 몇 번 나오면 우승권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승현은 “도전자라는 자세로 작년 우승의 영광은 잊어버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올 시즌도 우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전 하나시티즌의 이민성 감독과 주세종. 연합뉴스
승격팀들의 각오 역시 비장했다. 광주FC를 K리그2 우승으로 이끈 이정효 감독은 “제 소신을 꺾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 광주의 색깔을 보여주겠다”라고 했다. 이날 정장 차림 대신 광주 이으뜸의 유니폼을 이름이 보이도록 뒤집어 입고 등장한 이 감독은 “이으뜸이 겨울 훈련하면서 준비를 잘 했는데 최근에 부상을 당했다. 이렇게 보여주는 게 힘이 될 거 같았다”라며 제자에 대한 위로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시즌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김천 상무를 꺾고 승격을 달성한 이민성 대전 감독 또한 “영광스런 자리에 오는 데 8년 시간이 걸렸다.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의지를 전했다. 함께 동석한 대전의 주장 주세종은 “오늘은 (승격팀이라) 첫번째로 미디어데이에 입장했는데 내년부터는 더 뒷 순위에서 들어올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며 잔류 이상의 목표를 공언했다.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는 K리그는 오는 25일 울산과 전북, 수원 삼성과 광주,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로 첫 발을 뗀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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