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왼쪽)과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이 20일 서울 서초구 더K호텔에서 열린 2023 K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트로피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선수다.”(홍명보 울산 감독)
“유감이다.”(아마노 준 전북 미드필더)
25일 오후 2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개막하는 2023 K리그1 개막전 울산-전북의 ‘현대가’ 대결의 관전 포인트는 감정적으로 날카롭게 대립한 울산 사령탑 홍명보 감독과 ‘적이 돼 돌아온’ 아마노 준 선수의 정면 격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의 관계는 K리그 우승후보로 꼽히는 두 팀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려 깊은 홍명보 감독이 올 초 아마노에 대해 대로한 것을 보면 그가 느낀 배신감을 짐작할 수 있다. 홍 감독은 심지어 “돈을 보고 이적한 것은 울산팀을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마노는 지난해 울산이 일군 17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이었고, 홍 감독의 의중을 필드에서 구현한 복심이었기 때문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아마노는 울산의 주전 미드필더였다. 팀 공격의 패턴을 꿰뚫고 있는 등 전술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선수가 라이벌 팀에 가버렸으니 홍 감독이 느낄 실망감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은 아마노가 나간 대신 제주에서 주민규를 데려왔고, 스웨덴 미드필더 다리얀 보야니치와 공격수 구스타브 루빅손을 영입했다. 들고 나는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울산의 전술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전북은 아마노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앞서 “우리 팀은 올해 3개 대회 우승을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공을 예고했다. 구스타보, 조규성, 문선민, 송민규 등 K리그 최강의 공격진을 보유한 전북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에서 뛰었던 총알 스피드의 이동준과 대구의 중앙 수비수 정태욱까지 품었다.
무엇보다 홍 감독의 공개적인 질타에 “충격” “유감”을 표했던 아마노가 있다. 아마노는 김보경이 빠진 중원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볼 배급력과 킬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가 울산 팬들과 홍명보 감독의 날카로운 눈빛과 맞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려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남기일 감독도 26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이는 수원FC와 개막전에서 앙금을 남기며 떠난 ‘천재과’ 윤빛가람(수원FC)과 껄끄러운 만남을 예고한다.
수원 FC의 김도균 감독과 주장 윤빛가람이 20일 서울 서초구 더K호텔에서 열린 2023 K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빛가람은 지난해 제주에서 15경기 출전해 3골2도움을 올리는 데 그쳤다.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남 감독으로서는 재능이 뛰어난 윤빛가람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 적으로 만나게 된 둘 가운데 윤빛가람의 결전 각오가 맹렬하다. 윤빛가람은 김도균 수원FC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안고 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제주를 방문한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맹활약한 신진호도 올해 울산과 전북 양강을 견제할 후보로 떠오른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김기동 포항 감독과 깔끔하게 헤어지지는 못했다. 포항은 여러 해를 거치면서 야금야금 전력이 빠져나갔는데, 실전 대응력이 뛰어난 김기동 감독의 용병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선수는 더 좋은 조건을 찾아서 갈 수밖에 없어 팀의 입장과 이견이 생길 수 있다. 응어리는 그라운드 대결에서 승리를 향한 집중력으로 연결될 것이다. 팬들로서는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올 시즌 K리그1은 12개팀이 10월 초까지 33라운드에 걸쳐 리그를 진행한 뒤 파이널A(1∼6위)와 B(7∼12위)로 분리돼 팀당 5경기씩을 더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K리그2는 3월 1일부터 13개팀이 열전에 들어간다. 또 K리그 모든 경기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온라인 독점 생중계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