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루빅손이 2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1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안방의 ‘디펜딩챔피언’은 강했다. 울산 현대가 시즌 첫 ‘현대가 더비’를 접수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1 개막 첫 경기 전북 현대와 개막 첫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총 관중은 2만8039명, 코로나19 이후 K리그 최다 관중이다. 지난 시즌 우승 세리머니가 펼쳐졌던 마지막 라운드보다 많은 팬이 보는 앞에서 울산은 리그 2연패를 향한 대장정에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
경기 초반 앞서간 건 전북이었다. 시작부터 유기적인 전방 팀 압박과 역동성으로 울산의 라인을 찍어누르던 전북은 전반 11분 송민규의 왼발로 선취골을 가져왔다. 조규성의 패스를 받은 이동준이 울산 수비를 등지고 압박을 벗겨내며 공의 활로를 열었고 아마노 준의 패스가 송민규의 슛으로 이어졌다. 송민규는 이 득점으로 지난 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 리그 전체 개막 첫 골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전북 송민규(오른쪽에서 둘째)가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아마노가 경기 전 지난 시즌 우승팀에게 박수를 쳐주는 ‘가드 오브 아너’ 행사에서 옛 동료들에게 웃으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송민규의 득점 장면에 고루 기여한 이적생 아마노와 이동준은 더비의 주인공이자 전북 ‘닥공’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공을 잡을 때마다 울산 팬들의 거센 야유를 받던 아마노는 적진 급소에 공을 조달하며 테크니션의 면모를 보였고, 이동준은 변속과 방향 전환을 살린 저돌적인 돌파로 오른쪽 공간을 휘저었다. 전북 방문 응원석에서는 아마노와 이동준의 캐리커처를 담은 대형 깃발이 나부꼈다.
그러나 챔피언의 동요는 잠시였다. 실점 뒤 빠르게 분위기를 추스른 울산은 주포 주민규를 선봉으로 반격을 시작했고 전반을 마치기 전에 균형을 가져왔다. 전반 43분 코너킥 상황에서 튄 공의 소유권을 엄원상이 지켜내며 패스를 찔렀고 주민규가 꺾어 바코가 때린 공이 수비를 맞고 나오자 다시 엄원상이 달려들어 왼발로 전북의 골문을 갈랐다. 이동준에 대한 울산의 대답이었다.
울산 선수단을 환영하는 안방 팬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어진 후반전 양 팀의 돌격대장 이동준과 엄원상이 부상으로 빠졌고, 아마노도 교체로 나오면서 흔들리는 경기에 울산이 방점을 찍었다. 후반 20분 전북 김정훈 골키퍼를 향하던 백패스에 이상이 생겼고 볼 줄기를 쫓던 이적생 구스타브 루빅손이 빈 골대에 역전포를 꽂았다. 조규성, 한교원, 안드레 루이스 등을 가동한 전북 공격진은 막판까지 골문을 공략했지만 조현우 골키퍼를 뚫지 못했다
이 승리로 울산의 역대 ‘현대가 더비’ 전적은 40승29무40패가 됐다. 두 라이벌의 역사는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울산은 다음 달 5일 강원FC 방문 경기를 떠나고 전북은 같은 날 수원 삼성을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울산/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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