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시티의 케빈 더브라위너(왼쪽)가 27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시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아스널전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맨체스터/AP 연합뉴스
맨체스터 시티가 사실상 ‘골든크로스’를 완성했다. 19년 만의 우승 희망에 부풀었던 아스널의 야심은 좌초 위기를 맞았다.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는 27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시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아스널을 4-1로 완파했다. 리그 1·2위 팀 사이 정면충돌에서 승리한 맨시티는 승점 73점으로 선두 아스널과 격차를 2점까지 줄였다. 맨시티가 리그 두 경기를 덜 치른 만큼, 우승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
경기 전부터 흐름은 맨시티의 편이었다. 맨시티는 2020년 FA컵 준결승전(0-2 패) 이후 모든 대회에서 아스널에 7연승 중이었고 프리미어리그 기준으로는 2017년 이후 11연승 중이었다. 아스널이 리그에서 맨시티를 마지막으로 이긴 건 2015년 12월 안방경기(2-1 승)다. 에티하드에서 승리 기억은 2015년 1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 시즌에도 맨시티는 리그와 FA컵 맞대결을 모두 이겼다.
아스널의 벤 화이트(가운데)가 세번째 실점 뒤 공을 든 채 허탈해하고 있다. 맨체스터/AP 연합뉴스
이날 경기도 킥오프 순간부터 종료 휘슬이 불리기 직전까지 줄곧 맨시티의 페이스였다. 유럽 축구 최강의 듀오 케빈 더브라위너와 엘링 홀란드를 최전방에 두고 간결한 역습 패턴을 준비해온 과르디올라 감독의 노림수 앞에서 아스널은 무력했다. 전반 7분 홀란드가 아스널 수비수 롭 홀딩의 견제 속에서도 정밀한 터치로 롱패스를 받아냈고 이를 더브라위너가 선제골로 연결했다.
이어서 전반 종료 직전 코너킥 더브라위너의 킥을 존 스톤스가 머리로 연결했고 비디오 판독 이후 골이 선언됐다. 후반 9분 다시 한 번 홀란드가 연결하고 더브라위너가 마무리하면서 쐐기포를 박았다. 더브라위너는 아스널전 통산 8골로 막강한 상성을 다시 입증했다. 아스널은 후반 39분께 코너킥 상황에서 홀딩의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이미 경기는 크게 기운 뒤였다.
이날 문전 앞 슈팅 세례에도 도움 두 개에 만족하는가 싶었던 홀란드 역시 후반 추가시간 기어이 골망을 흔들었다. 리그 33번째 득점, 2017∼2018 시즌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32골)를 넘어 프리미어리그가 38경기 체제로 개편된 이후 단일 시즌 최다골이다. 경기 내내 단정하게 묶어뒀던 머리를 푼 뒤에야 골 맛을 본 홀란드는 금발을 찰랑거리며 포효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홀란드가 마지막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맨체스터/AP 연합뉴스
2003∼2004시즌 무패우승 이후 19년 만의 리그 정상을 노렸던 아스널은 끝내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주저앉게 됐다. 특히 지난 리그 세 경기에서 연속 무승부로 승점을 손실한 일이 치명적이었다. 시즌 개막 전 아스널이 우승 경쟁권까지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던 만큼 대단한 선전을 보여줬지만 한계도 함께 노출했다.
리그 2연패에 더불어 챔피언스리그와 FA컵까지 ‘트레블’(3관왕)을 노리는 맨시티는 오는 30일 풀럼전에서 기세를 이어간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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