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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자기는 시모네’…챔스 결승 진출로 한 푼 아우

등록 2023-05-17 15:21수정 2023-05-18 02:03

인테르 밀란, 13년 만에 챔스 결승 진출
시모네 인자기 인테르 밀란 감독이 17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 경기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밀라노/AFP 연합뉴스
시모네 인자기 인테르 밀란 감독이 17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 경기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밀라노/AFP 연합뉴스

‘형만 한 아우 없다.’ 이탈리아 인자기 가문에서 이 말은 약 30년 동안 유효했다. 하지만 밀라노가 푸른 물결로 덮인 이제 더는 이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시모네 인자기 감독이 이끄는 인테르 밀란은 17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밀라노 더비에서 1, 2차전 종합 3-0 완승을 한 인테르는 13년 만에 챔스 결승에 올랐다.

2010년 조제 모리뉴 감독 지휘 아래 트레블(리그+챔스+리그컵 우승)을 달성하며 정점을 찍었던 인테르는 이후 10년 동안 암흑기를 겪었다. 올 시즌도 인테르가 챔스 결승에 오를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특히 인테르는 조별리그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같은 조에 속해 토너먼트 진출조차도 불투명했다.

그러나 시모네 인자기 감독은 기적을 썼다. 그는 특유의 3-5-2 전술을 활용해 탄탄한 수비를 가져가면서도 로멜로 루카쿠와 에딘 제코를 활용한 날카로운 공격으로 차례차례 강자들을 무너뜨렸다. 조별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탈락시키며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랐고, 16강(FC포르투)-8강(벤피카)을 잇달아 통과했다. 그리고 이날 숙명의 맞수 AC밀란마저 무너뜨렸다.

인테르 밀란 라우타로 마르티네즈가 17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인테르 밀란 라우타로 마르티네즈가 17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시모네 인자기 감독은 1976년생으로 1994년 피아첸차 칼초(세리에A)에서 프로 데뷔했다. 2010년 라치오에서 은퇴할 때까지 활발하게 뛰었고,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지만 선수 시절엔 그다지 빛나지 못했다. 언제나 3살 형인 필리포 인자기(현 레지나 1914 감독)의 그늘에 가렸기 때문이다. 필리포 인자기는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57경기 25골을 터뜨렸고, 명문 AC밀란에서 12시즌을 뛴 이탈리아 축구계 전설이다.

선수 시절 언제나 형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시모네였지만, 형제가 모두 사령탑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엔 형보다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라치오에서 감독을 맡아 코파 이탈리아 우승(2018∼2019시즌)을 팀에 안겼고, 그다음 시즌에는 리그 4위를 기록해 챔스 진출권까지 따냈다. 형 필리포가 AC밀란 감독을 맡아 1시즌 만에 경질되는 등 잔혹사를 반복하는 것과 정반대 모습이다.

AC밀란 선수 시절 필리포 인자기. EPA 연합뉴스
AC밀란 선수 시절 필리포 인자기. EPA 연합뉴스

사실 시모네 인자기 감독은 한 달 전만 해도 경질설에 시달렸다. 올 시즌 35라운드 기준 리그 3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챔스 결승 진출 뒤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스티븐 장 인테르 회장은 “시모네 인자기는 나에게 새로운 선수를 요구하지 않는 유일한 감독”이라며 “그가 오랫동안 사령탑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풋볼 이탈리아>는 “시모네는 항상 형 필리포의 그늘에 있었고, 감독으로서 능력도 과소평가 됐다”며 “이제 그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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