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 로드리(가운데)가 11일(한국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챔스) 결승전 인테르 밀란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트로피를 들고 있다. 로드리는 이날 선제결승골을 넣으며 팀에 우승을 선물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시티의 시대가 열렸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잉글랜드)는 11일(한국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챔스) 결승전에서 후반 23분 로드리가 터뜨린 선제결승골을 지키며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을 1-0으로 꺾었다. 구단 역사상 첫 챔스 우승이다.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맨시티는 구단의 첫 트레블(리그, 챔피언스리그, 축구협회컵 우승)을 달성하며 환하게 웃었다. 앞서 “트레블이 중요한 게 아니라 챔스 우승이 중요하다”며 긴장을 풀지 않았던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빅이어’(챔스 우승 트로피)를 든 뒤에야 “지쳤고, 평온하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11일(한국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챔스) 결승전 인테르 밀란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우승하기 정말 힘들다”라는 과르디올라 감독 말처럼, 맨시티가 정상에 다다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자본이 인수한 뒤 15년 만에 일군 성과다. 2016년 부임한 과르디올라 감독 시대만 놓고 보더라도 7년이 걸렸다. 그간 맨시티는 올 시즌 포함 프리미어리그(EPL)에서 7번이나 우승컵을 들었지만, 챔스에서는 번번이 쓴맛을 봤다.
일등공신은 신입생 엘링 홀란드(22)다. 홀란드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36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고, 한 시즌 최다골 기록(종전 34골)도 새로 썼다. 홀란드는 챔스에서도 12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차지했는데, 한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와 챔스 득점왕을 동시에 석권한 건 역대 4번째다. 가장 최근 기록은 2007∼2008시즌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가 가지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 엘링 홀란드가 11일(한국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챔스) 결승전 인테르 밀란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트로피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홀란드가 더욱 무서운 건 그가 향후 킬리안 음바페(PSG)와 함께 세계 축구를 양분할 재목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나이도 아직 22살에 불과해, 앞으로 더 많은 골과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홀란드는 이날 경기 뒤 “며칠이 지나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는 게 실감 나면,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라며 “나는 나를 잘 안다. 분명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맨시티는 명실상부 유럽의 제왕으로 떠올랐다. 그간 챔스 우승이 없었기에 의구심이 따라 붙었지만, 트레블까지 달성하며 부정할 수 없는 명문구단이 됐다. 그간 유럽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구단은 맨시티 포함 8개밖에 없다. 스코틀랜드 셀틱(1966∼1967), 네덜란드 아약스(1971∼1972)와 에인트호번(1987∼1988), 잉글랜드 맨유(1998∼1999), 스페인 바르셀로나(2008∼2009, 2014∼2015), 인테르 밀란(2009∼2010), 독일 바이에른 뮌헨(2012∼2013, 2019∼2020) 등 모두 시대를 대표하는 구단이다.
시모네 인자기 인테르 밀란 감독이 11일(한국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챔스) 결승전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이날 결승에서 패한 인테르 밀란은 일방적 패배를 예상했던 여론을 이겨내고 선전했다. 하지만 한 골 차이 패배로 끝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시모네 인자기 인테르 밀란 감독은 경기 뒤 “이기고 싶었던 결승전에서 졌지만,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우리는 매우 강한 팀을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며 “패배를 후회하는 건 당연하다. 지는 건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나쁜 일이다. (다만) 분명한 건 우리는 패배하지 않을 자격이 있었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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