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케이시 유진 페어가 5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밝은 얼굴로 훈련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콜린 벨호’에 뒤늦게 올라탔던 축구 신성이 끝내 꿈의 무대 티켓을 쥐었다.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최연소에 첫 혼혈 선수로 월드컵에 나서는 케이시 유진 페어(16·PDA)다.
페어는 5일 발표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23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10일 마지막 옥석을 가릴 최종 소집에서 깜짝 부름을 받은 그는 “능력만 보여준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발 기조를 입증하며 기회를 잡았다. 당시 처음 대표팀에 소집된 다섯 명 중 최종 명단에 든 건 페어뿐이다.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한국인인 페어는 대표팀의 첫 혼혈 선수다. 남자 대표팀의 경우 1998프랑스월드컵에서 장대일(영국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이 차범근 당시 감독에 의해 발탁된 바 있으나 본선 경기는 뛰지 못했다. 아울러 이번 달까지 16살 1개월 나이의 페어는 20년 전 미국대회에 나섰던 박은선(당시 16살 9개월)의 기록을 깨고 최연소 월드컵 출전 선수가 됐다.
페어의 포지션은 스트라이커다. 이날 명단 발표 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취재진과 만난 페어는 “제 장점은 속도와 강한 피지컬”이라며 “
측면에서 일대일 공격 등 팀에 기여할 장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벨 감독은 “실험할 시기는 지났다. (페어는) 월드컵에 승객으로 가는 게 아니다”라며 페어가 대표팀의 ‘즉시 전력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케이시 유진 페어가 5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페어는 15살에 미국 연령별 대표팀 훈련 명단에 들었고, 지난해부터는 한국 16살 이하(U-16)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다. 지난 4월 17살 이하(U-17) 아시안컵 예선에서는 타지키스탄전(16-0 승), 홍콩전(12-0 승) 대승을 이끌며
두 경기 5골을 퍼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KFA) 인터뷰에서는 “제 꿈은 언젠가 한국 여자 대표팀 선수가 되어 동료들과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드는 것”이라고 했다.
20살 대표팀을 건너뛰고 월반한 페어는 천가람(화천 KSPO), 배예빈(위덕대) 등 신성들과 함께 콜린 벨호에 패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벨 감독은 이날 “명단에 든 경험 있는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 사이 균형이 좋다. 경쟁은 마지막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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