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 마이애미의 리오넬 메시가지난 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 프리스코의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리그컵 FC댈러스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돌아서고 있다. 프리스코/AFP 연합뉴스
“이곳에서 ‘고트’(GOAT)가 뛰고 있습니다.”
미국프로축구(MLS)
공식 트위터 계정 프로필에 적혀 있는 소개 글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reatest Of All Time)의 줄임말인 ‘고트’를 동음이의어인 염소 이모티콘으로 대체해 적어 놓았다. 프로필 대문 사진에는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은 리오넬 메시(36)가 있다. 지금, 메이저리그사커의 정체성은 단순하고 명쾌하며 조금 숭고하기까지 하다. 이곳은 ‘메시가 뛰는 곳’이다.
지난 6월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나
미국행을 발표한 메시는 2023 리그컵(미국과 멕시코프로축구 간 국제 컵 대회)에서 마이애미 소속으로 데뷔전을 치렀고, 첫 네 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지난달 22일 멕시코 크루스 아술과 조별리그 경기에 교체 투입되어 후반 추가시간에 뽑아낸 결승 프리킥골(2-1 승)을 시작으로 이후 세 경기 연속 멀티골을 작성했다. 당연히 미국프로축구 역사상 데뷔시즌 득점 신기록이다.
승부차기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돌아오는 리오넬 메시와 그를 지켜보는 마이애미 선수들. 프리스코/USA투데이 연합뉴스
특히 지난 7일 FC댈러스와 16강전에서 활약은 새삼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과거 FC바르셀로나(스페인) 영혼의 단짝이었던 조르디 알바와 메시가 합작한 선제골에도 3-4로 끌려가던 후반 40분께, 메시가 페널티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고 절묘한 왼발 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극장 동점골’에 힘입은 마이애미는 승부차기에서 5-3으로 댈러스를 꺾고 8강에 올랐다.
마이애미 팀 동료인 골키퍼 드레이크 캘린더는 “실제로 그 장면을 보니 정말
초현실적이었다”라고 메시의 활약을 그라운드 위에서 ‘직관’한 소감을 전했다. 수비수 디안드레 예들린도 “솔직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사람이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호르헤 마스 마이애미 구단주는 ‘메시가 왔으니 몇 개의 트로피를 따내야 성공이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이미 성공했다.”
“메시, 댈러스에 온 것을 환영해요”라는 플래카드를 든 축구팬. 프리스코/AP 연합뉴스
메시가 도착한 이후, 마이애미와 메이저리그사커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는 중이다. 100만명도 되지 않았던 마이애미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9일 현재
1348만명까지 뛰었고, 미국프로축구 중계권을 가진 애플은 메시가 데뷔전을 치른 주에 시청률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사커는 리그가 단일 법인으로 존재하며 소속 프로팀(29개 팀) 운영을 총괄하는 만큼 늘어난 수익은 모두의 것으로 분배된다.
메이저리그사커는 지난해 기준
평균 수익이 5700만달러(약 749억원) 정도였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에 비교하면, 미국프로풋볼(NFL)의 10%, 미국프로농구(NBA)의 15%, 메이저리그(MLB)의 18%, 전미아이스하키(NHL)의 30% 수준이다. 미국프로축구계는 메시가 이 격차를 줄이는 추진력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올 시즌 기준 리그에서 동부 콘퍼런스 최하위(15위)인 마이애미 역시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사커 트위터 프로필. 염소 이모티콘을 활용해 “‘고트’(GOAT)가 뛰는 곳”이라고 적어놓았다. 리그 트위터 갈무리
당장의 즐거움은 무엇보다 축구장에서 메시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일이다. ‘고트’의 다음 경기는 오는 12일 열리는 샬럿FC와 리그컵 8강전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