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셀마 파랄유엘로(바르셀로나·가운데)가 15일(한국시각)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에덴 파크에서 열린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4강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라 로하’(La Roja·붉은 팀) 스페인이 역사상 첫 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호르헤 빌다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은 15일(한국시각)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에덴 파크에서 열린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4강에서 스웨덴을 2-1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스페인은 이 대회 전까지 16강이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본선 진출은 이번이 세번째.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0-4로 대패하며 흔들리기도 했으나 어느덧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섰다. 이제 왕좌가 보인다.
팽팽했던 경기 균형을 깬 건 빌다 감독의 교체 카드였다. 스페인은 이날 점유율 50-34(경합 16)로 앞서며 유려한 빌드업으로 공세를 주도했으나 스웨덴의 끈질긴 수비에 가로막혀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하고 있었다. 후반 12분 베테랑 미드필더 알렉시스 푸테야스가 빠지고 2003년생 공격수 셀마 파랄유엘로(이상 바르셀로나)가 투입됐고, 이는 전황을 뒤집는 묘수가 됐다.
투입 즉시 전방에 활력을 불어넣은 파랄유엘로는 후반 36분 헤니페르 에르모소(파추카)가 깊게 찌른 크로스가 상대 수비를 맞고 발 앞에 떨어지자 지체 없이 오른발을 휘둘러 골문 구석에 찔렀다. 이 경기 스페인의 첫 유효슈팅이었다. 이어서 후반 43분 스웨덴이 교체 투입된 레베카 블롬크비스트(볼프스부르크)의 벼락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으나, 균형은 오래가지 못했다.
스페인의 수비수 올가 카르모나(가운데)가 15일(한국시각)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에덴 파크에서 열린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4강 스웯덴과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주저 앉아 포효하고 있다.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실점 1분여 만에 얻어낸 코너킥 상황, 키커 테레사 아벨레이라가 사전에 계획한 듯 사각으로 길게 땅볼 패스를 깔았고, 뒤에서 수비수 올가 카르모나(이상 레알 마드리드)가 달려들며 논스톱 중거리포를 작렬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2000년생 젊은 피 둘이 합작한 결승골이었다. 추가시간 7분이 주어졌지만 스페인의 노련한 운영 속에 이미 기세가 눌린 스웨덴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스웨덴은 이번 대회 16강에서
미국을 승부차기로, 8강에서
일본을 2-1로 꺾으며 월드컵 우승 경험팀을 두 팀이나 집으로 돌려보낸 돌풍의 주인공이었다. 2003년
미국 대회 준우승 이후 정상을 꿈꿨으나 다시 한번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스웨덴의 질주를 멈춰세우고 결승에 선착한 스페인은 잉글랜드와 호주 4강전(16일) 승자와 오는 20일 저녁 7시 마지막 대결을 치른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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