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나 비그만 잉글랜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월드컵 4강 호주전에서 이긴 뒤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시드니/로이터 연합뉴스
누가 이겨도 첫 우승, 사령탑의 욕망은 더 크다.
20일 저녁 7시(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잉글랜드(피파 랭킹 4위)와 스페인(6위)의 결승전에 쏠린 관심은 이렇게 압축된다. 특색있는 두 팀의 사령탑에 쏠린 관심도 크다.
여자축구가 남자보다 관심이 떨어지지만 우승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잉글랜드는 6번, 스페인은 3번의 본선 진출만에 처음으로 결승전에 올랐다. 어느 팀이 정상에 올라도 역사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우승한 잉글랜드는 메이저 국제대회 연속 제패의 대업을 노리고 있다. 여성 사령탑인 사리나 비그만(53) 잉글랜드 감독이 16일 호주를 꺾고(3-1) 결승전에 진출한 뒤 외신에서 “동화 속에 사는 것 같다”고 말한 이유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2021년 잉글랜드팀 감독으로 부임한 비그만의 경력은 화려하다. 2017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정식 선임되자 그해 네덜란드를 유로대회 우승으로 이끌었고, 2019년 프랑스월드컵 땐 네덜란드의 준우승 성과를 냈다.
잉글랜드팀 감독으로 지난해 유로대회 8강에서 스페인을 2-1로 꺾었던 만큼 결승전 기대감도 높다.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그가 직전 2015·2019 월드컵 대회 4강에서 멈춰섰던 잉글랜드팀을 정상으로 이끈다면 1966년 남자월드컵 이래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잉글랜드에 안기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 3골씩을 작렬한 로런 헴프와 알레시오 루소는 팀의 자랑이다.
호르헤 빌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월드컵 4강 스웨덴과의 경기 승리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오클랜드/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맞서는 스페인은 ‘불굴의 사나이’ 호르헤 빌다(42) 감독 아래 이변을 꿈꾼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막강 전력을 과시한 일본과의 조별리그에서는 0-4로 대패했으나, 이후 돌풍을 몰아치고 있다. 특히 4강전에서 일본과 함께 최강의 팀으로 꼽힌 스웨덴을 2-1로 제압하면서 팀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무엇보다 빌다 감독의 ‘뚝심’이 통하면서 선수단 장악력은 더 강화됐다. 2015년 부임한 빌다 감독은 지난해 자신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품은 대표팀 선수 15명의 집단반발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그 가운데 3명만을 이번 월드컵에 데려왔음에도 갈수록 수준급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빌다 감독은 외신에서 “가족들이 고생이 많았다. 협회도 나를 믿고 지원해줘 고맙다. 지난 일은 잊고 앞만 보고 가야 한다”며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했다. 알바 레돈도와 헤니페르 에르모소가 3골씩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에스피엔’은 “두 팀은 대회 전부터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다. 베팅업체들의 결승전 우승 예측에서도 거의 팽팽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