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왕립축구연맹(RFEF) 회장. AFP 연합뉴스
성추행 논란으로 조국의 첫 여자월드컵 우승 기쁨을 앗아간 루이스 루비알레스(46) 스페인축구협회(RFEF) 회장이 사임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해당 사건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밝힌 지 약 7시간 만의 일이다.
미국 ‘이에스피엔’(ESPN)은 24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루비알레스 회장이 오는 25일
사임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전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아직 관련 논평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나흘 전 스페인이 호주 시드니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월드컵 우승컵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서 대표팀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파추카)를 끌어 안은 채 동의 없이
입을 맞췄다.
이 장면은 전세계로 생중계 됐고, 일파만파 후폭풍이 일었다. 당사자인 에르모소는 당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말했고, 이후
스페인선수노조(FUTPRO)와 함께 “이러한 행위가 처벌이나 제재 없이 넘어가서는 안되며, 용납할 수 없는 일로부터 여성 축구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모범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건 초기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멍청이들”이라고 날을 세웠던 루비알레스 회장은 질타가 쏟아지자 하루 만에 영상을 통해 “제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라며 “감정이 벅차올랐고,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대행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충분한 사과다”, “성적 폭력을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된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반발은 더 커졌다.
루이스 루비알레스(오른쪽)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지난 20일 호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서 선수들을 끌어 안으며 축하하고 있다. 시드니/AP 연합뉴스
급기야 피파 역시 24일 “피파 징계위원회는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발행한 사건과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피파는 이 사건이 피파의 징계 규정 제13조 1항과 2항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규정은 선수 및 관계자들의 “불쾌한 행동”, “스포츠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2018년부터 5년째 스페인축구협회 수장을 맡았고, 여섯 명뿐인 유럽축구연맹(UEFA) 부회장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협회 자금을 유용해 사적인 ‘섹스 파티’를 벌이거나 스페인 축구선수협회(AFE) 회장을 사찰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번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기 부위를 움켜쥐며 환호하는 모습이 발굴돼 추가적인 논란을 불렀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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