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왼쪽에서 넷째)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한국시각)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A매치 평가전을 지켜보고 있다. 카디프/AP 연합뉴스
이번에도 승전고는 없었다. 클린스만호가 공식전 다섯 경기째 무승에 그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각)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A매치 평가전을 득점 없이 비겼다. 이로써 지난 3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3무2패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를 기준으로 역대 대표팀 사령탑 가운데 국적과 관계없이 다섯 번째 경기까지 첫 승을 올리지 못한 감독은 없었다.
늘 해왔던 대로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4-4-2였다. 최전방 조규성(미트윌란)에 손흥민(토트넘)을 프리롤로 받치고, 홍현석(KAA헨트)과 이재성(마인츠)이 양 날개, 황인범(즈베즈다)과 박용우(알아인)이 중원 짝을 이뤘다. 수비라인은 이기제(수원 삼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가 맡았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알샤밥)이 꼈다.
지난 6월 평가전 두 경기를 결장했던 김민재와 엘살바도르전만 교체 출전한 손흥민이 선발로 복귀했지만, 문제점은 여전했다. 선수들은 비효율적인 위치 선정과 불분명한 역할 분배 속에 유기적인 압박과 빌드업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에서는 중앙과 측면 가릴 것 없이 활로가 보이지 않았고, 수비에서는 간격 유지에 실패하며 쉽게 공간을 허용했다.
손흥민이 8일(한국시각)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A매치 평가전을 마친 뒤 머리를 만지고 있다. 카디프/로이터 연합뉴스
대표팀은 전반 36분이 되어서야 상대 문전에 날카롭게 붙인 이기제의 크로스로 처음 공격다운 공격을 했고, 39분께 손흥민이 홀로 왼 측면을 흔든 뒤 이어지는 패스 연결을 통해 첫 유효슈팅을 뽑아냈다. 이어 42분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손흥민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한 김민재의 롱패스가 연결됐지만 부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이 들렸다.
전반 막판 템포를 끌어올린 클린스만호는 후반전 흐름을 잇기 위해 분투했으나, 방점을 찍지 못했다. 후반 3분 설영우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투입한 패스가 조규성을 지나쳤고, 이재성이 살짝 밀어주며 홍현석에게 기회가 났지만 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 11분에는 손흥민이, 15분에는 황인범이 박스 부근에서 중거리포를 쐈으나 골문을 외면했다.
결정적 장면은 오히려 웨일스 쪽에서 나왔다. 웨일스는 전반 13분 손쉽게 한국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 공간을 장악했고 쇄도하는 해리 윌슨(풀럼)이 일대일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김승규 선방에 막혔다. 후반 20분에는 크리스 메펌이 깊숙이 침투해 띄운 크로스를 키퍼 무어(이상 본머스)가 머리로 돌렸고, 슈팅이 골대에 맞으며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 팬들이 8일(한국시각)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A매치 평가전을 관람하며 응원하고 있다. 카디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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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스코어 기준 한국은 이날 점유율 61-39로 앞섰으나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니었고, 슈팅에서 4-11로 밀렸다. 유효슈팅은 한 개에 불과했다. 웨일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로 한국(28위)보다 일곱 계단 낮다. 지난해 롭 페이지 감독 체제에서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으나 올해 성적은 1승2무2패로 좋지 않다.
결과도 내용도 잡지 못한 채 지난 6개월에 대한 회의감만 키운 클린스만호는 오는 13일 영국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두번째 경기를 치른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