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김기동 감독(53)이 “조직 축구에 능한 팀을 만들겠다”며 취임 첫 마디를 내놨다.
김기동 감독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력을 강화해 K리그1 상위권에 올라가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는 등 서울의 찬란한 영광을 되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91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한 김 감독은 2019년부터 포항 감독을 맡아 지도력을 마음껏 뽐냈다.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고, 2020년 K리그 ‘올해의 감독’ 상을 탔다. 2021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거뒀고, 지난해 FA컵 우승 및 K리그1 2위의 성적을 냈다. 2일 2023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지도자’ 상도 챙겼다.
‘포항맨’ 김 감독의 서울행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김 감독은 자리를 옮긴 배경에 대해 “새로운 환경에서도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가장 큰 숙제는 FC서울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서울은 지난해 19차례 홈 경기에서 K리그1 역대 최다인 43만29명의 관중을 모은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팬들 관심에도 성적은 파이널 B로 밀려 7위에 그쳤다. 최근 4개 시즌을 통틀어 파이널 B를 벗어난 적이 없다. 김 감독은 “성적이 좋아야 한국 축구를 이끄는 구단으로서 흥행도 더 이끌 수 있다. 올해는 상위권에 올라 ACL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조직력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성용 등 기술력 좋은 선수가 많다 보니 (포항 시절) 서울과 경기를 할 때마다 우리가 흐름을 주도하더라도 부담이 됐다. 하지만 팀이 조직적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은 못 받았던 게 사실이다. 이래선 우승을 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선수단 재편도 예고했다. 김 감독은 “미드필더의 경우 공을 빠르고 정확하게 앞으로 보내고, 수비에선 터프하게 부닥칠 줄 아는 선수를 선호한다. 공격수는 스피드와 결정력을 갖춰야 한다. 내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 2일 지동원 등 계약이 끝난 7명의 선수와 결별을 발표했다.
아직 재계약을 마치지 않은 미드필더 기성용에 대해서는 “최근에 길게 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하면 기성용, 기성용 하면 서울이니 빨리 계약을 해서 좋은 축구를 해 보지 않겠냐’고 말했다. 곧 좋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선수들과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부천 에스케이(SK) 선수 시절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과 서로 과격할 정도로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고 지낸 기억이 지금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면서 선수들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김기동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감독인 나를 믿고 따라온다면 이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