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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기다린 그라운드의 매미, 짧게 울고 끝나진 않는다

등록 2006-09-25 18:03

7년차 수원 수문장 박호진 /

경기 다음날 오후. 하루 휴가를 받은 그는 영화를 보며 뼛속까지 파고든 긴장감을 잠시 털어냈다. 목소리가 꽤 밝았다. “신나죠. 이렇게 많이 뛰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7년을 기다렸다. 문지기 박호진(30)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2000년부터 수원 삼성에서 뛰었지만, 팀 선배 이운재(33)의 벽을 넘는 게 쉽지 않았다. “언젠가는 한번 기회가 오겠지라고 버텼어요. 그러다가 아무 것도 해놓은 것없이 27살 나이에 군입대(상무)를 했죠. 경기에 뛰고싶어 다른 팀에 가볼까도 생각했는데 수원이 너무 좋아서 그럴 수도 없었어요.”

12경기 연속선발…0점대 실점
‘이운재 그림자’ 벗어나 펄펄

그러던 그가 요즘 잘나가는 수원 삼성 주전 수문장 자리를 꿰찼다. 이운재를 벤치로 밀어내고 벌써 12경기(FA컵 포함) 연속 선발 출전이다. 7월 말 무릎이 좋지않아 박호진에게 잠시 골문을 내준 이운재는 몸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지 오래됐다. 하지만 원대 복귀를 못하고 있다. 박호진이 선발로 나온 12경기에서 수원이 한번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원은 후기리그 단독 1위(4승2무)까지 올라섰다.

프로 7년차인 박호진은 지난해까지 수원 경기를 21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K리그 총 16경기나 출전해 13실점으로 ‘0점대(0.81점) 실점률’을 보이고 있다. 1m90의 장신인 그는 공중볼 경합이 뛰어나고, 순발력도 좋다는 평가다.


박호진은 “‘포기보다 실패가 낫다’가 제 좌우명이죠. 주변에서 우습다고 하는데 전 이 말이 좋아요”라며 웃었다. 이운재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형과 밥도 자주 먹으러 갈 정도로 친해요. 많이 배우고 있죠. 요즘도 경기 끝나면 형이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거든요.”

그러면서도 ‘조금만 더’ 골문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렇게 기회가 오는 게 힘든 일인데 쉽게 뺏기고 싶지 않아요. 경기장에 나가면 후회없이 모든 걸 보여주고 나올 거에요. 그래야 또 감독님이 기회를 주죠.”

차범근 감독의 생각을 보면 이운재의 후보생활은 좀 더 길어질 것 같다. “박호진이 이기는 리듬을 잘 이어가고 있는데 이 리듬이라면 감독이 인위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해가 됩니다. 이운재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죠.”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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