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고 팔 꺾고 ‘지단박치기’까지
‘그라운드의 포청천’ 축구심판. 모멸감을 견뎌야 하는 그들은 괴롭다.
지난 22일 K리그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이천수(25·울산)는 후반 30분 판정에 불만을 품고 자신보다 18살이나 많은 심판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장상원의 골이 핸들링 반칙으로 무산되자 자제력을 잃은 것이다. 이천수는 퇴장명령을 받고 나가면서 부심에게 또다시 반말섞인 욕설을 던졌다. 이천수는 26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중징계가 불가피해졌다.
흥분한 관중 때문에 광대뼈가 부러진 심판도 있었다. 이상용 심판은 7월19일 수원 삼성과 광주 상무의 경기를 마치고 심판대기실로 들어가려다 한 관중이 던진 물병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가 6조각으로 부러졌다. 그는 뼈조각을 맞추는 대수술을 받았고, 예정된 국제대회 참가도 무산됐다.
“판정 승복 문화 아쉬워” “심판교육…불신 없애야”
심판들의 수난은 초·중·고 대회에서 더 심하다. 지난 8월28일 고교축구선수권 준결승에서 한 감독이 ‘지단 박치기’ 사건처럼 부심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기도 했다. 지난 8월 초등학교 대회에서도 한 감독이 부심의 판정이 잘못됐다며 뺨을 때리고, 팔을 꺾어 엄지손가락 뼈를 부러뜨렸다. 같은 대회 또다른 경기에서는 심판의 페널티킥 판정에 격분한 학부형들이 경기장 안으로 달려들어 심판의 멱살을 잡는 등 행패를 부려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한때 프로구단 서포터스가 심판의 영정 사진을 뿌리는 일도 있었다. 해당 심판은 자신의 자녀들이 이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을까봐 애태우기도 했다.
심판에 대한 거친 항의는 판정에 승복하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데다 판정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김용대 연맹 심판위원장은 “판정과 관련해 나중에 제소도 할 수 있기때문에 경기장에서는 판정에 따라줘야하는데 그렇지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명준 프로축구연맹 경기지원팀 과장은 “2005년부터 3년간 심판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 후 심판과 심판위원간의 1대1 맞춤교육도 하고 있으며, 올해도 네번의 심판 전체 교육을 했다”며 “시즌이 끝나면 독일 분데스리가 A급 심판교육에도 참가한다”며 심판들의 자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2010년 이후 유럽 경기에 주심으로 나설 수 있는 심판을 키우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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