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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떠오르는 ‘홍반장’, 떠나가는 ‘승부사’

등록 2006-11-07 18:37

홍명보 코치, 올림픽대표 임시감독
아시안컵 원정 베어벡 감독 대리역

형에서 선생님으로, 그리고 이제는 감독님?

홍명보(37) 한국축구대표팀 코치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최근 5년간 겪은 명칭의 변화는 가파르다. 현역시절 강력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이 따르는 형으로 불리다가, 2006년 독일월드컵 대표팀 코치가 되면서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이제 14일 창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축구대표팀 친선경기 1차전에 감독으로 나선다.

물론 정식 사령탑은 아니다.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15일 2006 아시안컵 B조예선 이란과의 경기를 위해 원정을 떠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맡은 일이다. 한-일 올림픽축구팀 친선 2차전(21일 도쿄)에서는 베어벡 감독이 맡는다.

입이 무겁고 신중한 홍 코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언론이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한 경기 감독이라도 감독은 감독이다. 더구나 일본과의 싸움은 온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90분 경기지만 홍 코치의 용병술이 경기를 극적으로 몰고가거나, 반짝하며 빛을 낼 수도 있다. 반대로 ‘이건, 아니잖아’라는 핀잔도 들을 수 있다.

지도자로서 홍 코치의 출발은 2005년 9월이 기점이다. 조 본프레레 감독 경질 뒤 부임한 딕 아드보카트 2006 독일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그를 영입했다. 지도자 인생의 첫발을 대표팀에서 내딛는 것에 홍 코치는 부담스러워했으나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그런데 아드보카트 감독은 홍 코치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홍 코치는 독일월드컵 기간 중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도자로서 나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해박한 축구지식이나 전략·전술의 다양함 때문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선수들을 강하게 만들고,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해내고, 코치진과 대화 뿐 아니라 싸움에 가까운 논쟁을 통해 최선의 길을 찾아내는 방식을 봤다. 결정은 고독한 감독의 몫이다.

홍 코치는 7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올림픽대표팀(27명)을 소집했다. K리그 플레이오프에 오른 팀, 축구협회(FA)컵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을 빼고 오장은(대구FC) 등 13명만이 들어왔다. 나중에 박주영(FC서울) 백지훈(수원 삼성) 등 핵심선수들이 추가로 합류하지만 제대로 발 한번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선 굵은 홍 코치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선수들의 정신을 ‘번쩍하게’ 만들 수 있는 위압감이 있다. 선수시절 일본에게 지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첫 소집은 단출하지만, 일주일새 투혼으로 똘똘 뭉친 올림픽대표팀을 그려보는 것도 무리한 일은 아니다. 홍 코치의 지도력을 보고 싶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박종환 감독, 소속팀 계약 종료
41년 지도자생활 접고 뒤안길로

“이런 늙은이 이제 써 주겠나. 욕심을 내면 안되지. 41년을 했는데…. 그 지도자 생활, 끝난 거지.”

박종환 감독. 1938년생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 나이는 2~3살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칠순의 나이. ‘독사’ ‘승부사’로 불리던 그가 현역에서 퇴장한다. 소속팀 대구FC는 2003년 창단 감독을 맡아 4년간 팀을 이끌어온 그와 계약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후임은 공개모집한다.

박종환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물러나게 되니 참 속상해. 시민구단 초대감독을 맡아 뿌듯했는데. 재정적으로도 어려웠고, 다른 팀들이 내보낸 선수들을 데리고 하려니 힘든 것도 많았지.”

박 감독 밑에 있으면 ‘스파르타 훈련’ 때문에 선수들이 녹초가 되곤 했다. 4강 신화를 이룬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당시 박 감독은 고지대 적응을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매일 400m 운동장을 50바퀴씩 뛰게 한 독종이었다.

1966년 단국공업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를 하며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는 성남고, 유신고, 전남기공, 서울시청, 천안 일화(현 성남 일화), 숭민여자축구단, 대구FC 등 창단팀의 초대 감독을 줄곧 맡아왔다. ‘용장’으로 통하던 그는 창단팀을 2~3년 안에 우승 전력으로 바꿔놓는 힘을 보여줬다. 멕시코 4강 신화, 서울시청의 29차례 우승, 천안 일화의 프로축구 3연패는 그가 꼽는 자랑거리다. 박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강압적인 훈련 때문에 국가대표 감독시절 선수들이 집단 반발해 태업하는 경우도 있었고, 한 외국인 선수는 “이런 훈련은 처음”이라며 나가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일대일 수비, 빠른 역습을 강조하다 보니 현대축구에 맞는 창조적 플레이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그러나 그는 스타선수가 없는 대구FC를 올 시즌 후기 4위로 끌어올리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까만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그라운드로 나왔던 박 감독. 건강의 비결을 묻자 “50대들도 나한테 안돼. 제때 밥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그래”라며 웃었다. 미국 영주권자인 박 감독은 아들과 손주들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2주 동안 쉬고 오겠다고 했다. ‘축구현장에서 멀어지는 것이냐’고 물으니 “내년 청주에 축구센터를 짓는데 그게 다 완공되면 아마 그쪽 소장으로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로축구가 좀 더 화끈한 공격축구를 했으면 한다”는 당부를 후배 감독들에게 남겼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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