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43분 천금 헤딩 결승골
성남, 챔프 결정전 기선제압
수원, 25일 안방 벼랑끝 승부
성남, 챔프 결정전 기선제압
수원, 25일 안방 벼랑끝 승부
“공이 꼭 나한테 날아올 것 같더라고요.”
191㎝의 ‘키다리 공격수’ 우성용(33·성남 일화)이 그라운드에서 비로소 보인건 후반 43분이었다. 그는 마토, 이싸빅 등 수원 삼성 장신의 수비수에 포위돼 좀처럼 눈에 띄지않았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박진섭의 공이 날아왔고, 공은 장신 숲을 간신히 빠져나온 우성용의 머리를 향했다. 그 시간까지 슈팅이 한개도 없었던 우성용은 첫 헤딩슛을 결승골로 바꿔놓았다. 수술을 네번이나 받아 심장병을 이겨낸 딸 소윤(5)이, 아빠같은 공격수가 되겠다며 축구를 시작한 창봉(9)이도 관중석에서 신이 난 모습이었다.
성남은 19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 K리그 2006 챔피언결정 1차전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우성용의 헤딩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기선을 제압한 성남은 25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하는 유리한 입장이 됐다.
성남은 이란을 다녀오느라 피로가 쌓인 김두현을 선발로 출전시켰고, 수원도 골반 부상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 결장한 주장 김남일을 중원의 지휘자로 내보냈다. 수원팬들은 누가 안방팀인지 헷갈릴 정도로 대규모 응원단을 조직해 관중석을 점령했다. 수원팬들은 별 풍선 4개를 엮어 하늘에 띄우며 K리그 4회 우승을 염원했다. 그러나 수원은 마지막 2분을 버티지 못했다.
생애 첫 득점왕 등극을 앞두고 있는 우성용은 시즌 득점을 16골로 늘렸다. 우성용은 “2년 전 포항 스틸러스에 있을 때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에 져 아쉬웠는데, 이번에 꼭 수원을 꺾고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작고한 차경복 전임 감독의 영전에 우승을 바치겠다며 검은 기본을 달고 나온 김학범 성남 감독은 들뜬 기분을 누르고 마음을 다시 추스렸다. “어차피 25일에 모든게 결정난다. 오늘 승리는 우승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차범근 수원 감독도 “원정 경기에서 이 정도면 잘한 것이다”며 주눅들지 않았다. 운동장을 나오는 선수들의 등을 한명씩 두드려준 차 감독은 “0-1 패배는 그렇게 부담되는 점수가 아니다”고 했다.
성남/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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