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2일 (한국시각) 열린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0-1로 패한 뒤 한숨을 쉬며 허탈해 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이라크 기습골에 0-1패…일방적 공격 불구 못 뒤집어
후반 30분을 넘기면서 벤치에 있는 선수들은 앉지 못했다. 중동국 아랍에미리트연합 출신 심판이 한국의 반칙을 선언하자, 한 선수는 들고있던 수건을 던지기도 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이천수가 골문 앞에서 상대 선수의 팔에 얼굴을 맞고 쓰러지자, 몇몇 선수들은 벤치 앞으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속이 타들어갔지만 기다리던 동점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그러곤 종료 휘슬. 벤치에 있던 정조국은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최성국은 압신 코트비 코치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라커룸에서도 김진규 이호 김동진 등이 눈물을 흘렸다. 홍명보 코치는 “이제 고개를 들고 앞을 보자”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 채 버스에 올라탔다.
20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던 한국 축구의 꿈. 20년 만에 아시아경기대회에 나온 이라크에 의해 무너졌다.
12일 밤(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준결승전. 한번의 실수가 화를 불렀다. 전반 24분 상대방의 기습패스를 김치우가 저지하려 했지만, 공은 발을 맞고 튀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김치우가 쫓아갔지만, 공은 이란의 낚시바늘에 걸렸다. 공은 한국 수비수 사이를 꿰뚫고 날아갔고, 이 공을 잡은 카레푸가 날린 슛은 골문에서 몸을 던진 김진규를 맞고 튀었다. 하필 그 공은 앞에서 기다리던 사메르 무즈벨의 머리를 맞은 뒤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기회는 한국이 훨씬 많았다. 전반 6분 박주영의 왼발슛이 골키퍼의 결정적인 선방으로 막혔고, 15분엔 이천수의 패스를 받은 정조국의 왼발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후반 14분 염기훈의 헤딩슛도, 후반 25분 박주영의 오른발 회전슛도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한국은 후반에 김동현 김두현 최성국 등 공격수를 투입하고 김진규 등 수비수를 뺐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한국은 4년 전에 이어 또다시 4강 문턱에 걸려 넘어지는 비운을 맛봤다. 이천수 조원희 등 병역문제를 해결한 2명을 뺀 18명은 병역혜택 기회를 놓쳐, 해외진출 계획에 적지않은 걸림돌을 안게 됐다. 홍명보 코치는 “국민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지휘능력 평가를 받은 핌 베어벡 감독은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얘기했다. 한국은 14일 밤 11시30분 3~4위전을 치른다. 도하/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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