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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먹고 자란 라이언킹 포효하라!

등록 2007-01-23 18:18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둔 4월, 축구대표팀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 이동국은 벤치만 지켰고, 끝내 히딩크호에서 탈락했다.(왼쪽)/4경기 연속골로 K리그서 승승장구하던 2006년 4월5일. 이동국은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불의의 무릎부상을 당했고, 독일월드컵에도 나가지 못해 또한번 ‘비운의 스타’가 됐다.(오른쪽)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둔 4월, 축구대표팀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 이동국은 벤치만 지켰고, 끝내 히딩크호에서 탈락했다.(왼쪽)/4경기 연속골로 K리그서 승승장구하던 2006년 4월5일. 이동국은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불의의 무릎부상을 당했고, 독일월드컵에도 나가지 못해 또한번 ‘비운의 스타’가 됐다.(오른쪽)
2002 월드컵대표팀 탈락
‘개동국 입대 축하’ 현수막
“난 게으른 천재가 아냐”
이악물고 훈련 또 훈련

송호진 기자가 지켜본 이동국

“이동국은 좀 어때?”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물음엔 종종 비아냥이 섞여있습니다. 전 그저 이동국을 지켜본 몇가지 기억을 꺼내 말해줍니다.

2003년 5월. 이동국이 입대한 지 2개월 됐을 때의 일입니다.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 탈락과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동메달로 병역혜택을 날린 그는 경기장에서 ‘개동국의 입대를 축하한다’는 플래카드까지 봐야 했습니다.

팬과의 만남을 주선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얘기했습니다. “한-일월드컵 때 경기도 보지 않고 친구와 여행을 다녔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욕을 하나 야속했지만…. 압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어린 시절에 비해 해이해졌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요. 난 게으른 천재가 아니란 것을.”

2004년 7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찻잔을 놓고 다시 마주했습니다. 그는 2001년 독일 분데스리가 브레멘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아픔을 끄집어 냈습니다. 부상이 있었는데도, 어린 나이에 2000 아시안컵 등 대표팀에 불려다니다 보니 고장난 무릎을 제대로 고치지 못해 독일에서 적응하지 못한 게 아쉬웠답니다. 그러면서도 채찍질은 자신에게 향했습니다. “주변에서 나에게 나쁜 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제야 나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됐어요. 그땐 유럽을 쉽게 봤어요. 착실히 준비했어야 했는데….”

이동국 사진 연합뉴스
이동국 사진 연합뉴스
2005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대표팀 전지훈련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훈련을 결산하는 스피드·지구력 검사가 열렸습니다. 10m 간격으로 놓인 5개의 삼각뿔을 순차적으로 도는 체력테스트였습니다. 각조 1위가 뽑혔고, 그 1위들의 ‘왕중왕’전이 펼쳐졌는데, 최종 1등은 체력이 좋다던 김두현도 김동진도 아니었습니다. ‘어슬렁거린다’는 조롱을 수없이 받던 이동국이었습니다. 그는 꼴찌들간의 대결에서도 꼴찌였던 막내 오범석을 향해 “뛰어! 범석아! 좋아!”하고 박수를 치며 땀을 흘렸습니다.

23일 이동국의 아버지에게 축하전화를 걸었습니다. “어제 혼자 술 좀 많이 마셨어요. 혹시 안되면 어쩌나하고 초조해서.” 그는 지난해 독일월드컵을 2개월 앞두고 아들이 무릎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해야 했을 때 “가슴이 찢어졌다”고 했습니다. 상대와 접촉없이 혼자 쓰러져 다쳤으니 억장이 무너질 법도 합니다. 이동국은 독일에서 6개월의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돌아와 얘기했습니다. 2002년과 달리 그는 한국 경기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이 얼마나 잘 생겨보이던지. 꼭 그 자리에 돌아가 뛰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동국 프로필
이동국 프로필
2007년 1월. 소리소문없이 이동국은 영국에 가 있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입단테스트. 자존심이 상할 만한 입단방식인데도, 그는 짐을 쌌습니다. 아버지는 며칠 전 “되든 안되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거기가 지구 끝 아닙니까?”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23일 마침내 아들의 입단이 확정되자, “그놈이 얼마나 기다린 일인데요. 영광도 있고 시련도 있었는데…. 고생 많이 했죠”라며 기뻐했습니다. 그는 “(18살에) 1998년 프랑스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다는 소식 이후 가장 큰 영광입니다”고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목욕탕에서 황선홍의 사인을 받고 대형선수의 꿈을 키운 이동국. ‘라이언 킹’이란 별명을 가졌는데, 미들즈브러의 마스코트 ‘로리’도 사자입니다. ‘라이언 킹’의 꿈이 시련 끝에 꽃봉오리를 터트렸습니다.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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