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축구
“어떡해”새달 2일 징계안에 최종 답변 하기로
K리그(프로축구) 승격을 거부해 N리그(실업축구) 퇴출 엄포까지 들은 고양 국민은행의 대응에 축구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실업축구연맹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지난해 N리그에서 우승하고도 사상 첫 K리그 승격을 포기한 국민은행에 대해 △행장이나 단장(부행장) 등 책임있는 관계자의 사과 △벌금 10억원 △승강제 이행각서 제출 △올 시즌 전·후기 리그 10점씩 승점 감점 등 4개의 징계안을 결정했다. 당시 이계호 연맹 회장은 “납득할만한 답변이 없으면 N리그에서 뛸 자격이 없다”며 퇴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승격 포기의사를 우승 전에 명확히 얘기하지 않은 것은 기만이라는 게 연맹 쪽 생각이다. 국민은행은 징계안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김승재 축구부장은 “그런 조처가 나온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이우형 국민은행 감독도 “승점 10점씩의 감점은 우승하는 데 큰 타격”이라며 걱정했다. 이승재 국민은행 공보팀장은 “은행으로선 벌금 10억원도 (내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난감해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국민은행이 축구단을 접는 초강수를 들고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승재 팀장은 “극단적인 상황에 도달하지 않도록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합의 여지를 남겨뒀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2일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다. 김기복 실업축구연맹 부회장도 “징계 4개안 중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다. 승격 포기가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며 절충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축구협회가 애초 프로운영 능력이 없는 N리그의 K리그 승격을 서둘러 밀어붙여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1년 운영비가 15억~20억원 정도인 시청·공사 등 실업팀들이 적자투성이인 K리그로 간다고 해도 150억원 안팎의 프로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실업팀은 1년 매출액으로도 K리그 한팀 운영비를 채우기 힘든 여건이다. N리그의 한 구단은 “거의 모든 구단이 K리그에 올라갈 형편이 못된다. N리그에서 우승해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승격을 포기하는 제2의 사태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나 N리그 모두 승격을 거부하는 팀이 나올 경우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마저 마련해놓지 않았다. 김덕기 한국축구연구소 사무총장은 “승강제는 축구가 발전하는데 꼭 필요한 제도”라면서도 “K리그와 N리그가 모두 건강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N리그도 부실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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