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동 대구FC 코치
정기동 대구FC 코치, K리그 선수등록
프로축구에 47살 선수가 등장했다.
고교 2학년 큰 아들을 둔 정기동 대구FC 골키퍼 코치가 3일 개막한 K리그에 선수로도 등록해 플레잉코치로 뛰게 된 것이다. 올 시즌 등록선수 537명 중 최고령이다.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해 45살까지 현역으로 뛴 수문장 신의손(현 경남FC 코치)의 기록도 넘어섰다.
2006 독일월드컵 한국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였던 정 코치는 1991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은퇴했다. 16년 만에 다시 선수가 된 그는 “애들은 아빠가 다시 운동장에 나올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지만, 원래 (등록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정 코치가 선수로 돌아온 것은 시민구단 대구FC가 지난해 수문장 운용에 애를 먹은데다, 관록있는 수문장이 적은 탓이다. 대구는 지난해 시즌 도중 수문장 김태진과 김지운이 다쳐 병원신세를 지는 바람에 남은 1명인 백민철만으로 후기리그를 치렀다. 백민철마저 쓰러지면 필드선수 중 한명을 골문 앞에 세워야할 판이었다.
대구는 늘 노심초사했고, 백민철은 손가락이 찢어지고도 붕대를 감은 채 출전을 강행했다. 김태진과 김지운을 내보내고 김영무 김명광과 신인계약을 한 대구는 백민철이 다치고 새내기들이 미덥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정 코치의 선수등록을 추진하게 됐다. 일종의 안전판인 셈이다.
여전히 날렵한 몸을 가진 정 코치는 “만일의 경우를 위해 감각을 유지해야 하니까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다치지 않아 내가 출전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일”이라며 웃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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