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수원 삼성의 차범근 감독
수원, 컵대회 B조 꼴찌 추락…지난해 봄 ‘판박이’
“선수 자주 바꿔 조직력 허점”…내일 전남 원정전
“선수 자주 바꿔 조직력 허점”…내일 전남 원정전
“‘잘 가! 수원’, 이런 말을 듣는 기분 아십니까?”
수원 삼성 서포터스인 그랑블루 게시판에 이런 글이 떴다. 경남FC 팬들이 18일 창원에 들어와 0-1로 지고 가는 수원 서포터를 향해 던진 말이 가슴 아팠다는 내용이다. “김호 전 감독이 그립다.” 수원의 성적이 곤두박질칠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넋두리도 게시판에 등장했다.
2006년판 ‘차붐의 굴욕’이 올해도 재현되고 있다. 수원은 경남에 져 프로축구 컵대회 B조 꼴찌(6위)로 떨어졌다. 수원은 시즌 초반 3승1무를 달리다 3월21일 FC서울에 1-4로 진 뒤 1승2무3패로 허덕였다. 지난해 봄에도 수원은 컵대회 꼴찌였다. 수원이 지난해 초반 3승8무로 무패행진하다 ‘1-4 대패’(4월23일·부산 아이파크전)를 기점으로 5무11패로 추락한 것도 올해와 닮았다. 당시 서포터 앞에서 눈물로 응원을 호소했던 김대의는 참담한 심경으로 삭발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한 팬은 게시판에 “올해는 주장 이관우가 삭발을 해야 하는 건가?”라는 안타까움을 적기도 했다.
스타 선수가 즐비하고도 수원은 왜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박항서 경남FC 감독은 “수원이 강팀인데 18일 경기는 운이 좋았다”면서 “다른 팀 감독으로서 조심스럽지만 멤버가 좋은 수원과 성남 일화를 비교하면 성남의 조직력이 더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성남은 포백 수비 등 기존 선수들을 많이 유지한 채 필요한 몇몇 포지션을 보강한다. 성남은 조직력에 허점이 별로 안 보인다. 수원은 선수를 많이 보강하고 바꾼다. 조직력은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선수 몇명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다.
최진한 동북고 감독은 “차 감독님은 수비수 뒤로 공을 길게 보내는 축구를 주로 하는데 그게 위협적일 때도 있지만 그러다보면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를 거치는 창의적인 패스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범근 감독은 곽희주 이싸빅 등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빠지고, 안정환과 나드손 등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좋지않은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런 차 감독은 자신에게 좀처럼 지기 싫어하는 ‘진돗개’ 허정무 전남 감독과 21일 원정경기를 치른다. 졌다간 ‘(스타 선수를 대거 보유하고도) 선수들이 없다’는 차 감독의 변명 어록이 또한번 인터넷을 떠돌지 모른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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