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배(32·수원 삼성) 사진 수원 삼성 제공
맘고생 1년 9개월만에 골 맛
‘흑상어’ 박성배(32·수원 삼성)가 동료들과 같이 춤을 췄다. 개그맨 박명수의 ‘쪼쪼댄스’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1년9개월만에 결승골을 넣었다. “(이)관우가 골세리머니로 이걸 하자고 해서…. 너무 기다렸던 골이었죠. 그간 아내가 맘고생이 많았거든요.”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 축구 국가대표도 지낸 그는 FC서울 소속이던 2006년 홀연히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부산 아이파크로 완전이적을 하려다 무산된 뒤 그의 명성답지않게 서울 2군 경기에만 간간이 뛰었다. “오히려 웃고 다녔죠. 그런데 더이상 여기 있을 수 없더라고요. 어디든 나가서 나를 보여주고 싶었죠.”
그렇게 슬로바키아 리그 진출을 시도했다. 계약서에 사인도 했지만, 막판에 또 어그러졌다. “러시아에 보냈던 그 팀의 임대선수가 팀에 복귀하면서 무산됐죠. 가는 줄 알고 집도 전세로 내놓고, 전자제품도 다 처분했는데…. 내색 안하던 아내가 나중에 울더라고요.”
그러다 덜컥 올 시즌 수원 삼성에서 입단 제의 전화가 왔다. 공격수를 보강하려는 차범근 감독 눈에 그가 포착된 것이다. “내가 이 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을 했죠. 또 힘들게 한 시즌을 보낼 수 없으니까요. 10분을 뛰든 20분을 뛰든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하며 나를 끄집어내 보여주자고 생각했죠.”
‘흑상어’의 그 골로 수원은 최근 3무1패 끝에 값진 승리를 거두며 침체에서 벗어났다. 특히 21일 전남 드래곤즈 경기에서 찢어진 유니폼을 입고 뛰던 박성배의 투지는 수원 팬 마음을 흔들었다. 일부 수원 팬들은 구단에 그 유니폼을 사고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진규가 잡아채 찢어졌는데…. 많이 뛰고다니는 내 모습을 좋게 봐주신거죠.”
아들(8살) 딸(7살)을 둔 박성배는 “올해 두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올린 뒤 팬들에게 (나라는 사람에 대한) 답을 듣고싶다”고 약속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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