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감독
베어벡, 후반투입 김두현 “최악 플레이” 원색 비난
“K리그 일정 탓” 떠넘겨…네덜란드, 이천수에 찬사
“K리그 일정 탓” 떠넘겨…네덜란드, 이천수에 찬사
전쟁터에서 패한 장수가 자신의 지휘 잘못은 감추고, 군사만 나무란다? 그것도 특정 군사만을….
한국축구대표팀이 2일 밤 네덜란드와의 A매치에서 0-2로 패한 뒤 두팀 감독의 공식 인터뷰 자리. 핌 베어벡 감독은 후반 30분 투입돼 15분 남짓 밖에 뛰지 못한 김두현과 K리그를 싸잡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두현을 투입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그는 오늘 최악이었다. 그를 질책했다. 이런 식으로 경기를 하면 대표팀 오지 못할 것이고, 성남에서만 뛰어야 할 것이다.”
그는 “김두현을 왜 늦게 투입했으냐”는 취재진 질문에 잠시 물을 들이키더니 작정한 듯 이렇게 말했다. 협박성 발언이나 다름 없었다.
베어벡 감독은 이어 “A매치가 치러지기 3일 전에 컵대회 경기가 있었다. 이런 일정이면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K리그 운영일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베어벡 감독의 이날 발언은 “3류 감독이나 하는 유치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높다. 자신의 전술적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K리그 일정 때문에 선수들 체력이 떨어져 패했다는 식이라는 것이다. 신문선 한국축구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에 졌으면 상대팀을 칭찬해준 뒤, 전술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털어놓는 게 관례”라며 “특정선수에 대한 비판은 해당선수 반감을 살 뿐 아니라, 축구대표팀 분위기에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어벡 감독은 또 “몇몇 선수들 플레이는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중앙수비수 강민수·김진규가 잘했다. 유럽 최고 공격수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대표팀에 1년여 만에 컴백한 이운재도 안정적으로 수비를 조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한국팀의 2실점 상황을 보면 이들을 칭찬할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네덜란드 미드필드의 핵 지오반니 판 브롱크호르스트(FC바르셀로나)가 자기진영에서 한번에 찔러주는 패스에 한국 수비진은 맥없이 뒷공간을 내주며 2골을 내줬다. 후반 종반 팀이 지고 있을 때 들어가 적응이 힘들었던 김두현에 대해 비판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마르코 판 바스턴 네덜란드 감독은 한국팀에 대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개할 때 ‘롱볼’(long ball)이 많다. 정말 필요한 순간 집중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반전에서 한국팀은 헤딩력이 좋은 조재진을 원톱에 박아두고, 김진규 등 수비진이 허리를 거치지 않고 길게 올려주는 단조로운 공격패턴으로 좀처럼 골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편, 경기가 끝난 뒤 마르코 판 바스턴 네덜란드 감독은 “한국 10번(이천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윙포워드로 나선 이천수(26·울산)는 전반 27분 기습 땅볼슛 등 재기발랄한 공격으로 답답한 ‘베어벡 축구’에 그나마 활기를 불어넣었다.
김경무 선임기자, 송호진 기자 kkm100@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베어벡 ‘라이언킹’ 특별관리
아시안컵에 이동국 투입 의지
‘라이언킹’ 이동국(28·미들즈브러·사진)이 2007아시안컵(7월7~29일) 출전을 위해 어린 후배들과 특별훈련을 실시한다.
네덜란드와 A매치 때 벤치를 지킨 이동국은 3일 대전에서 소집된 올림픽축구대표팀에 합류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2008베이징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최종전(6일 오후 8시·대전월드컵경기장)까지 나흘간 동반훈련을 한다. 핌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팀이 해산하면 이동국이 파주로 이동해 20살 이하 청소년팀과 같이 일주일간 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이 모두 수술을 받은 상황에서 유일한 프리미어리거인 이동국을 아시안컵에 데려가겠다는 베어벡 감독의 의지에서 나왔다. 네덜란드전을 마치고 팀으로 돌아간 다른 선수들과 달리 시즌을 끝내고 귀국한 이동국은 개인훈련을 해야 하는 처지다. 이동국은 5월13일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이후 실전감각이 떨어진 상태다. 베어벡 감독은 “이동국이 혼자 산을 오르고 헬스장 가는 것 보다 더 좋은 훈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김경무 선임기자, 송호진 기자 kkm100@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베어벡 ‘라이언킹’ 특별관리
아시안컵에 이동국 투입 의지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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