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축구장 잔디가…‘둥글게 둥글게’
스포츠창
“어, 잔디가 동그랗게 깎였네?”
늘 보던 평행선이 아니라 동심원이 그려졌다. 올림픽축구 아시아지역예선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이 맞붙은 지난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은 평소와 달랐다. 그라운드 잔디무늬가 경기장 중심에서 크기가 다른 동그라미가 퍼져나가는 형태를 띄고 있었다. 전에 없던 일은 아니지만 격자무늬나 엔드라인과 나란한 무늬만 보아오던 관중과 시청자에겐 재밌는 볼거리였다.
그라운드에 생기는 무늬는 잔디를 깎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깎는 방향을 달리하면 마치 색을 입힌 것처럼 뚜렷한 구분이 생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잔디를 깎았다면 다음엔 그 반대방향으로 자르는 식이다. 그렇다고 잔디 깎는 방식을 제한하는 규정같은 건 없다. 잔디 길이(보통 2.5~2.8㎝)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이다.
다양한 잔디무늬를 만드는 건 결국 관중과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인 셈이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잔디를 관리하는 대전광역시 시설관리공단 운영팀 성건용씨는 “관심이 많은 A매치 경기에서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원형으로 잔디를 깎았다”고 했다. 좌우 비례가 맞아야 하고, 곡선으로 다듬어야 하기에 원형으로 잔디를 깎는 게 평행선을 맞추는 것보다 더 힘든 건 당연하다. 성건용씨는 “잔디를 깎는데만 3~4시간 걸렸다”고 했다.
원형 무늬를 만들면서도 양쪽 벌칙구역쪽은 평행선으로 깎는 경우도 많다. 잔디의 직선 무늬가 부심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는 데 기준선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원재 홍보부장은 “실제 그라운드에 서면 무늬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국제축구연맹(FIFA)에 관련 규정이 없고, 잔디 무늬에 대한 제한도 없어 주로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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