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순간 레알 마드리드 중앙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가운데)가 18일(한국시각) 레알 마요르카와 2006~200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종전 후반 36분 마마두 디아라가 2-1 역전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같이 엉켜 쓰러지자, 그 위에서 두팔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
바르셀로나와 승점동률…상대전적 따져 우승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는 ‘지구방위대’로 불렸다. 다국적 스타를 끌어모으는 ‘갈라티코(은하수) 정책’ 덕에 그 누구도 함락하기 힘든 팀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2003 시즌 리그 챔피언에 오른 이후 4년간 우승은 남의 집 ‘떡’에 불과했다. 그 사이 감독도 여섯 번이나 교체됐다.
호나우두(AC밀란)와 루이스 피구(인테르밀란)가 떠났고, 지네딘 지단이 은퇴하며 팀의 위신도 조금씩 떨어지는 듯 했다. 지난해 여름 부임한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까지 올초 경질설에 휘말렸다. 2006~2007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도 16강에서 떨어진데다, 정규리그 우승도 불안한 탓이었다.
카펠로 감독의 62번째 생일이던 18일(한국시각) 안방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마요르카와의 2006~2007 프리메라리가 시즌 최종 38라운드. 4년간 목맸던 우승은 마지막 경기, 그것도 종료 9분 전 극적으로 완성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까지 0-1로 지고 있었다. 같은 시각 FC바르셀로나는 힘나스틱 타라고나와의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앞서 있었다. 바르셀로나가 이기고, 레알 마드리드가 지거나 비긴다면 우승은 바르셀로나의 몫이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23분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가 동점골을 넣고, 후반 36분 상대 수비수 몸을 맞고 들어가는 행운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2분 뒤 터진 레예스의 세번째골은 우승 보너스였다.
바르셀로나는 5-1로 이겼지만, 빛바랜 승리가 됐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승점 76으로 동률이 됐지만, 시즌 상대 전적에서 1승1무로 앞선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 빅리그팀 중 최다인 통산 3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득점왕(25골)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의 ‘영원한 주장’ 곤살레스 라울은 “우리가 좋지 않았던 때에도 응원을 멈추지 않은 팬들이 진정한 승리자”라며 고마워했다. 라몬 칼데론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싸우지 않는 자에겐 행운도 없다”며 감격해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이날 7만6000여 관중이 몰려든 운동장을 빠져나와 도심 카 퍼레이드를 하며 우승을 만끽했다. 그 시간 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는 “3-0으로 이기던 전반까지만 해도 우승은 우리 것이었는데…. 이런 게 축구인가 보다”며 아쉬워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2006-2007 프리메라리가 최종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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