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마지막 경기 연기…선수 보내겠다”
소집시간 등 불씨는 남아
소집시간 등 불씨는 남아
최악의 충돌은 피했지만 불씨는 남았다.
21일 서울 축구회관 회의실. 프로축구연맹 긴급이사회가 끝나고 단장들은 “싸우고 싶지 않다”거나, “이런 일로 또 회의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표팀 차출을 놓고 축구협회와 부딪히는 게 지겨운 듯 했다. 연맹은 “해외파 주요 선수가 부상당한 상황에서 아시안컵(7월7~29일) 우승을 위해 23일 오전 대표팀 소집에 응하겠다. 23일 경기는 K리그 최종일인 10월14일로 미룬다”는 결과물을 내놨다. 국가대표가 빠진 채 정규리그를 치를 수 없다며 아예 경기를 연기하는 쪽을 택했다. 23일 경기를 뛴 다음날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내겠다던 강경한 의지를 접은 것이다. 연맹은 ‘대승적 양보’란 표현을 썼다. 그러자 협회는 “연기된 경기를 위해 10월13일 A매치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쓸데없는 갈등을 증폭시킨 소집 시간에 대한 해석 차이는 나중에 풀 문제로 덮어두고 넘어갔다.
프로 구단은 아시안컵 개막 2주 전 소집 규정에 맞춰 23일 대표팀이 모여야한다는 원칙엔 동의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소집 당일 K리그를 뛰고 하루를 넘기지 않은 채 밤 늦게라도 대표팀에 합류했던 ‘관행’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다만, 대표팀 훈련지가 제주도여서 야간 경기 후 항공편이 마땅치 않은 탓에 다음날 보내겠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 생각은 달랐다. 김호곤 협회 전무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따른다면 23일 0시가 넘으면 바로 소집할 수 있는 게 맞다. 그럼에도 그간의 관행을 감독에게 얘기했지만, 감독이 이미 23일을 포함한 2주간의 훈련 계획을 짜놓고 있어 설득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소집 당일 몇시까지 모이느냐에 대한 양쪽의 명확한 합의가 없다면 앞으로 또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원동 연맹 사무총장은 “시간까지 정할 필요가 있느냐. 미리 잘 협의해 신뢰로 풀 문제”라고 했다. 김호곤 협회 전무는 “그 부분에 대해 연맹과 조율해 보겠다”고 말했다.
10월14일로 K리그 1경기를 연기했는데, 나흘 뒤 ‘떡’하니 버티고 있는 시리아와의 올림픽 최종예선 원정경기도 또다른 갈등의 복병이다. 규정대로라면 베어벡 감독은 시리아 경기 8일 전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다. 올림픽대표들이 프로에서도 주전으로 뛰고 있어 선수를 차출당하는 구단들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 있다. 김호곤 전무는 “K리그에 국가대표들이 뛰지 못하는 일정만이 문제되기 때문에 올림픽대표를 소집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소집때마다 ‘잡음’ 왜? 대한축구협회(KFA) 대표팀 소집규정은 국제축구연맹(FIFA)보다 기간이 더 길고 내용도 복잡하다. 피파는 월드컵, 대륙선수권, 올림픽 등 피파 또는 대륙연맹 주최 대회의 경우 ‘대회 14일 전(예선 4일전) 소집’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과 올림픽, 세계청소년대회는 30일 전(예선 최대 15일전), 아시안컵은 14일 전(예선 최대 7일 전) 소집으로 못박고 있다. 올림픽과 아시아대회, 세계청소년대회는 소집 이후에도 개막 10~15일 전까지는 소속 프로팀 경기에 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005년 ‘박주영(FC서울) 사태’의 결과물이다. 2005년 3월 수원컵을 앞두고 FC서울은 피파 규정을 근거로 청소년대표 박주영·백지훈·김승용을 K리그 경기 뒤 대표팀에 합류시키려 했고 박성화 대표팀 감독이 이들을 돌려보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해 6월 네덜란드 청소년대회를 앞두고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고 결국 2005년 말 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머리를 맞대고 지금의 개정안을 이끌어냈다. 축구협회가 ‘차출’, ‘소집’이란 말을 쓰는 반면 피파는 ‘풀어주다(release)’란 단어를 쓰는 것도 ‘대표팀 중심’의 한국축구가 프로구단과 대표팀이 대등한 지위를 갖는 유럽과 다른 면이다. 물론 이런 차이를 떠나 연맹이 협회와 사전 협의만 충실히 했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축구연구소 신문선 연구위원은 “일본은 대표팀 운영에 대해 협회와 J리그가 서로 보전관계를 유지한다”며 “사전 조정만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소집때마다 ‘잡음’ 왜? 대한축구협회(KFA) 대표팀 소집규정은 국제축구연맹(FIFA)보다 기간이 더 길고 내용도 복잡하다. 피파는 월드컵, 대륙선수권, 올림픽 등 피파 또는 대륙연맹 주최 대회의 경우 ‘대회 14일 전(예선 4일전) 소집’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과 올림픽, 세계청소년대회는 30일 전(예선 최대 15일전), 아시안컵은 14일 전(예선 최대 7일 전) 소집으로 못박고 있다. 올림픽과 아시아대회, 세계청소년대회는 소집 이후에도 개막 10~15일 전까지는 소속 프로팀 경기에 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005년 ‘박주영(FC서울) 사태’의 결과물이다. 2005년 3월 수원컵을 앞두고 FC서울은 피파 규정을 근거로 청소년대표 박주영·백지훈·김승용을 K리그 경기 뒤 대표팀에 합류시키려 했고 박성화 대표팀 감독이 이들을 돌려보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해 6월 네덜란드 청소년대회를 앞두고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고 결국 2005년 말 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머리를 맞대고 지금의 개정안을 이끌어냈다. 축구협회가 ‘차출’, ‘소집’이란 말을 쓰는 반면 피파는 ‘풀어주다(release)’란 단어를 쓰는 것도 ‘대표팀 중심’의 한국축구가 프로구단과 대표팀이 대등한 지위를 갖는 유럽과 다른 면이다. 물론 이런 차이를 떠나 연맹이 협회와 사전 협의만 충실히 했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축구연구소 신문선 연구위원은 “일본은 대표팀 운영에 대해 협회와 J리그가 서로 보전관계를 유지한다”며 “사전 조정만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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