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 한국선수 ‘줄줄’…축구열기 날씨만큼 후끈
“붉은악마 오나요?”
인도네시아 기자가 물었다. 현지인들은 “박지성 왔어요? “설기현은?” “이동국은?”이라고 선수 이름을 척척 부르며 한국대표팀 훈련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이만(45)씨는 “이곳은 주말에 유럽 등 여러 나라 축구리그가 정규채널에서 생중계되고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나라라 한국선수들도 잘 안다. 축구가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났을 때 잘 생긴 안정환도 이곳에 많이 알려졌다”고 전했다.
축구전문지 에는 ‘조재진, Penggoda Wanita(여자를 유혹하다)’란 기사도 실렸다. 광고모델로도 나선 조재진이 섹시한 매력 덕에 안정환의 인기를 추월했다는 내용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선 2004 아테네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타우픽 히다야트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최고 인기는 축구라고 한다.
시티 아스야톤 파리다 축구전문 기자는 “1부 28개팀이 동부와 서부로 나눠 리그를 치르고, 2·3부 리그도 30개팀씩 있다”고 전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보니 최근엔 흥분한 관중들이 운동장으로 돌을 던지고 서로 싸우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탓에 교민들은 18일 D조 최종전 한국과 인도네시아 경기에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부에선 “전반만 보고 가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윤문한 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참사관은 “개별행동을 하지 않도록 단체 응원석을 미리 배정받았고, 인도네시아축구협회에 찾아가 교민 안전대책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모두가 축구 중계라면 밥도 안먹고 본다는 인도네시아 축구 열기가 가져온 걱정이다.
한편, 핌 베어벡 감독이 예정된 8일 오후와 9일 오전 대표팀 훈련을 취소했다. 박일기 대표팀 통역은 “훈련장 땅이 딱딱하고 울퉁불퉁해 선수들이 힘들어하더라. 감독이 쉬는 게 낫다며 훈련을 하지않기로 했다”며 “8일 오전 비공개훈련에서는 감독이 홍명보 코치와 함께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을 데리고 11일 사우디아라비아전을 대비한 맞춤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자카르타/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자카르타/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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