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성남 일화)
베어벡 공개질타 받은 김두현
“몸은 괜찮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아주 좋다. 이곳에서 훈련 며칠 했더니 적응이 됐다”고 했다. “(6월2일) 네덜란드전 이후 마음 속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엔 한 박자 호흡을 가다듬었다. “백날 말로 해봐야 소용없죠. 내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수 밖에 없는 거죠.”
‘중원의 테크니션’ 김두현(성남 일화). 베어벡 감독은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그딴 식으로 한다면 대표팀에서 쫓아내겠다”며 김두현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체력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교체투입돼 들어가 펼친 그의 플레이는 “내가 아는, 또 내가 원하는 김두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나중에 “김두현이 대표팀에서 잘하는 선수 중 한명이기 때문에 일부러 공식자리에서 혼을 냈다”고 해명했다.
감독의 회초리에 이젠 김두현이 2007 아시안컵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차례다.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볼 수 있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수술로 빠진 그 자리의 대안은 김두현이다. 강력한 중거리슛과 공간 패스능력, 대표팀에서 1·2위를 다투는 체력을 장착한 그는 박지성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그를 경쟁자 없는 1순위로 올려놓은 것 같지 않다. 감독은 훈련과정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에 김두현, 김정우(나고야), 이천수(울산) 등 3명을 번갈아 세우며 지켜보고 있다. 김정우에 대해선 “팬들이 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지만, 난 그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본다”는 말까지 했다. 이천수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갔을 때 경기 내용이 좋았다”며 감독 선택만 기다리고 있다.
“몸으로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던 김두현 말은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답이다. 8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세 차례 조별리그에서 김두현이 네덜란드전 부진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김정우 또는 이천수로 넘어갈 지도 모른다.
자카르타/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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