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밤 아시안컵 한국-사우디 경기에서 베어벡감독이 심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1차전 무승부로 남은 경기 부담 더 커져
바레인 사령탑은 코엘류 짐싸게한 감독
바레인 사령탑은 코엘류 짐싸게한 감독
핌 베어벡(51) 감독의 머리숱이 그새 많이 줄었다. 그는 “아버지도 동생도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는데, 유전 탓”이라고 했다. 요즘 같은 성적이라면 스트레스 받아 머리카락이 더 빠질지도 모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2007 아시안컵 본선 D조 사우디아라비아와 벌인 1차전에서 최성국(성남)이 선제 머리받기슛을 성공하고도 벌칙차기를 내줘 1-1로 비겼다. 우승 후보 ‘빅5’ 중 C조 이란만 겨우 승리(2-1)했을 뿐 한국·일본·호주·사우디 등은 1차전에서 모두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축구가 또 1차전을 놓치고 2·3차전 부담을 키우는 악습관을 되풀이한 것이다.
조 꼴찌(1패) 바레인은 한국과 2차전(15일)에서 지면 보따리를 쌀 준비를 해야 하는 탓에 배수진을 칠 게 자명하다. 바레인 사령탑이 밀란 마찰라 감독이란 것도 껄끄롭다. 그는 2003년 오만대표팀을 맡았을 당시 아시안컵 예선에서 한국을 3-1로 눌러 당시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 감독을 사임시킨 인물이다. 친형과 같이 바레인 대표팀에서 뛰는 알라 후베일은 “이곳에 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1차전에 집중하지 못했다. 한국전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4 아시안컵 득점왕 출신이다.
바레인을 넘더라도 조 1위를 하려면 3차전(18일) 인도네시아를 꼭 잡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D조 유일하게 1승을 챙긴 인도네시아도 사상 첫 아시안컵 8강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한국 교민들이 걱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교민들은 “가뜩이나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이 극성맞아 충돌 우려가 있는데, 한국과 인도네시아전이 중요한 일전이 돼 버리면 더 흥분할 것이다. 아마 그날 경기에 교민들의 응원 수가 확 줄어들거나, 전반만 보고 일찌감치 돌아가는 사람도 생길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8만명 넘게 수용하는 경기장에 꽉 들어찰 인도네시아 응원단도 부담 요소다.
베어벡 감독은 “바레인전에서 비기면 인도네시아전이 힘들어지니 바레인전에서 꼭 승점 3점을 잡고 가겠다”고 했다. 조재진(시미즈 에스 펄스)도 “바레인이 뒷공간을 노출하는 약점이 있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동국(미들즈브러)이 사우디전 막판 투입돼 실전감각을 조율했고, 40도까지 열이 올랐던 이천수(울산)는 “첫 경기에 쉬면 다음 경기에 못 나갈 것 같아 20분 정도 뛰겠다고 했다”며 사우디전을 강행하는 의욕도 보였다.
베어벡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빗대 국내팬들이 붙인 ‘곰가방’이란 별명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 가방에서 어떤 승리 카드를 꺼내들지 궁금하다. 한편, 공동개최국 태국은 12일 밤 방콕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오만을 2-0으로 누르고 1승1무 조 선두로 나섰다. 자카르타/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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