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조 중간순위(15일 현재)
4강장담 베어벡 ‘바람앞의 등불’ 신세
남은 경기 이겨도 남의 경기 지켜봐야
남은 경기 이겨도 남의 경기 지켜봐야
바레인전이 끝나고 호텔로 가는 차에서 핌 베어벡 감독은 시종일관 착잡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그날 밤. 덥고 습한 자카르타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 앞 등불이 된 위기의 남자, 베어벡. 훅 꺼질까? 아니면….
한국 축구대표팀이 15일 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0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D조 2차전 1-2 역전패로 조 꼴찌(1무1패)로 떨어졌다. 외신(AFP)도 “한국은 달팽이 같은 속도로 경기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8강 자력진출은 물건너갔다. 실낱같은 희망은 두 가지. 한국이 18일 인도네시아(1승1패)를 꼭 이기고,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사우디아라비아(1승1무)가 바레인(1승1패)를 잡아주면 된다. 거꾸로 바레인이 이기면, 한국과 사우디가 동률이 돼 골득실을 따지게 된다. 한국은 골득실에서 사우디에 2골 뒤져 있어 대량 득점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이 이겨도 사우디와 바레인이 비기면 짐을 싸야 한다.
그럼 인도네시아는 만만한가? 그들을 아직도 수비만 하는 ‘9(수비 인원수)-2(공격 인원수)’ 축구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선수가 나가면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채우고, 동료가 고립되면 곁으로 다가가 패스 길을 열어 전방으로 밀고 나간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했으나, 바레인전에선 한국이 하지 못한 희생의 축구다.
베어벡 감독이 사우디와의 1차전 선발멤버와 비교해 6명이나 새 얼굴을 바레인전에 투입한 것도 조직력의 안정을 해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호흡이 중요한 포백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는 부상이란 변수가 없는 이상 정예멤버로 계속 출전시키는 게 낫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수비도 1대1에서 놓치고 공간을 내줬다. 커버플레이도 안 됐다”고 했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 베어벡 감독 자리도 불안해진다. “4강에 들지 못하면 내 거취를 고민하겠다”던 자신의 발언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어서다. 홍명보 코치는 16일 오후 훈련에 앞서 선수들을 따로 불러 “국내 팬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자”고 다독였다. 오범석(포항)은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전했다.
이회택 협회 부회장은 “희망이 있으니 (감독 거취는) 경기가 끝난 뒤 정리하자”고 했고,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지금 얘기할 순 없으나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며 좀더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자카르타/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자카르타/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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