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역대 외국인 감독
“한국이 왜 날 불렀는지 모르겠다.”
한국 축구대표팀 첫 외국인 감독이었던 데트마르 크라머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직전 한국을 떠나며 남긴 한탄이다. 이는 크라머 이후 외국인 감독들이 겪게 될 수난의 신호탄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은 핌 베어벡까지 모두 7명. 이들 중 거스 히딩크를 제외한 외국인 감독들이 임기 도중 떠났다. 축구팬들의 높은 기대, 한국인 코칭스태프와 선수와 갈등, 문화적 차이 등 여러 이유들이 얽혀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1년 앞두고 외국인 1호 감독이 된 크라머. 그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일본대표팀을 맡아 3위(동메달)에 올려놓았고,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순회강사로 축구지도자들을 가르친 ‘감독들의 감독’이었다. 크라머 총감독은 28년 만에 올림픽 자력진출을 일궈내며 지도력을 발휘했지만 한국인 코칭스태프와 선수선발권, 지도방식 등에서 마찰을 빚다 결국 올림픽을 앞두고 해임 통보를 받았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이룬 뒤엔 외국인감독 선임이 원칙처럼 지켜졌다. 대신 히딩크 이후 감독들은 히딩크가 남긴 성적과 카리스마를 부담으로 안아야 했다. 한-일월드컵 직후 감독이 된 움베르투 코엘류는 히딩크와 사사건건 비교를 당하다 베트남·오만 등 약체에 패하며 계약기간을 4개월 앞두고 짐을 싸야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도 동아시안컵에서 꼴찌로 떨어지자 자진 사퇴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도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해 조용히 물러났다.
베어벡 감독 역시 “원칙없는 선수 선발” “단조로운 경기 운영” 등 비난에 시달리다 스스로 물러나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사퇴를 발표하면서 “한국 축구팬들은 늘 이기길 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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