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귀국 / 조재진(맨 앞) 등 2007 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한 축구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공항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이천수 “우리가 못한것”…선수들, 다른 감독때와 다른반응
베어벡 “홍명보 등 코치진이 잘 이끌것”…축구협, 사퇴수용
베어벡 “홍명보 등 코치진이 잘 이끌것”…축구협, 사퇴수용
이천수(울산 현대)는 핌 베어벡 감독의 손을 잡은 뒤 포옹했다. 그는 “한-일전 끝나고 인터넷 보고 감독님 사퇴를 알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우리한테도 얘기를 안했겠는가. 선수들끼리 감독을 붙잡자는 얘기도 했다”며 착잡해 했다. 그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보다 잘했다. 선수가 모자란 것이지 감독이 못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수비수 김치우(전남 드래곤즈)는 “포백 수비가 완성되는 걸 몸으로 느꼈다. 감독님한테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지휘봉을 잡으셨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자신의 통역한테조차 ‘스파이’라고 했던 조 본프레레 감독이 2005년 대표팀 지휘봉을 놓을 때 선수들의 반응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작별을 고한 선장의 마음을 되돌리긴 힘들어졌다. 200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3위를 하고 30일 귀국한 ‘핌 베어벡호’.
베어벡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날 아는 사람이라면 내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걸 안다”며 사퇴 뜻을 고수했다. 그는 “아시아경기대회대표, 올림픽대표, 국가대표 감독을 모두 맡으며 에너지를 잃었다. 충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시안컵 우승이 큰 목표였는데 그걸 해내지 못했다. (D조 2차전) 바레인전에서 쉽게 실점(1-2패)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13개월간의 감독생활을 돌아보며, “대표팀 선수 폭을 넓게한 게 성과다. 젊은 대표팀을 만들었다. 3·4위전에 25살 이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2010년 월드컵 주역이 될 것이다”고 자평했다. 그는 “대표팀도 충분한 훈련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남겼다.
축구협회도 베어벡 사퇴를 수용했다. 유영철 협회 홍보국장은 “정몽준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재고를 요청했으나 되지 않았다. 가삼현 사무총장이 감독과 점심에 만나 남은 1년 계약을 문제없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장님도 성대하게 보내주라고 했다”고 전했다.
기술위원회는 31일 오전 10시30분 협회 5층 회의실에 모여 대표팀과 8월22일 시작되는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 나갈 올림픽대표팀 감독 공석 문제 등을 논의한다.
베어벡 감독은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홍명보, 고트비, 코사 코치 등이 올림픽팀을 잘 이끌어갈 수 있다”고 추천했다. 고트비 코치가 이란 클럽팀 감독 제의를 받은 상태고, 코사는 수문장 코치란 점을 고려하면, 감독 대행체재 등 어떤 형태로든 홍명보 코치에게 바통을 넘겨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혀진다.
축구계에서는 감독 공석이란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의 향후 과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