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감독 환송오찬에 아시안컵 3·4위전 이후 사퇴를 표명한 핌 베어벡(오른쪽) 감독이 차기 올림픽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올라있는 홍명보 코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 자부심 가져도 좋다” 내일 네덜란드로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자진사퇴한 핌 베어벡(51) 감독은 2일 축구협회가 마련한 호텔 오찬을 끝으로 모든 공식행사를 끝냈다. 그는 4일 네덜란드로 떠난다. 베어벡은 “K리그 감독 제의를 받아도 한국에 올 생각이 없다. 리그 여건과 언론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도전하고 싶다”며 미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식사를 마치고 베어벡 감독은 “그의 미래가 한국축구 미래와 연결된다”고 치켜세운 홍명보(38) 코치와 같이 모처로 이동했다. 홍 코치는 이번주 안에 발표될 차기 올림픽대표팀의 유력한 감독 후보다. 스스로 나서지않는 성격의 홍 코치는 감독 후보와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베어벡 감독은 “홍명보, 고트비, 코사 코치가 올림픽팀에 남기 바라지만 내가 말할 성질이 아니다”며 기술위원회 몫인 감독선임에 대한 의견을 자제했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 폴란드전 첫 승이 가장 기억에 남고, 2006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이라크와 4강전 패배, 아시안컵 예선 이란전 무승부, 2007 아시안컵 이라크와 4강전 승부차기 패배가 힘든 순간이었다”고 했다. K리그와 갈등은 사퇴와 무관하다고 했다.
2002 한-일월드컵 때도 거스 히딩크를 대신해 수비전술을 완성한 그는 수비진의 세대교체와 포백수비 이해능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감독 사퇴가 번복됐으면 좋겠다”며 따를 만큼 자상한 선생님같았다.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젊은 선수 폭이 넓어진 것도 베어벡 감독이 남긴 성과다. 그는 이날도 “일본과 3·4위전 출전 선수 대부분이 25살 아래였다. 한국 축구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지지않는 경기’를 하다보니 미드필더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스트라이커 고립을 풀어내는 공격적인 전술은 약했다. 베어벡 감독은 골결정력 부족에 대해 “K리그 득점순위에 국내 공격수가 없는 것도 한 원인이다. 세계적인 공격수도 골기회를 놓친다. 한국 축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기 경험과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외국 감독들이 가장 꺼려한 산낙지도 먹어봤다던 그는 “한국을 떠나려니 참 슬프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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