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 신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3일 오후 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사령탑 17일만에…팬들 거센 항의
홍명보 대세론은 ‘아시안컵 징계’에 꺾여
홍명보 대세론은 ‘아시안컵 징계’에 꺾여
좀 우스꽝스런 선임이다. 핌 베어벡 감독이 사표를 던졌다면, 그를 뽑고 도왔던 기술위원회도 연대 책임이 있다. 잘못 선택했거나 적절한 보좌를 하지 못한 탓이다. 그런 그들이 새 감독을 뽑겠다며 고작 3일간 머리를 맞대더니 “그럼 우리가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3일 기술위원 중 1명인 박성화(52)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올림픽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앉히겠다고 발표했다. 이사회 수장인 정몽준 회장 최종 사인만 남았다. 부산 아이파크 팬들은 어안이 벙벙하다는 반응이다. 구단 홈페이지엔 “계약서 잉크가 마르기 전에 도망가다니 해외토픽감”, “프로 구단을 무시하느냐”는 격앙된 목소리로 가득차 있다. 지난달 18일 부산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이 17일 만에 지휘봉을 버리겠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역대 최단기간 감독으로 남게 됐다. 지난 1일 대전과 FA컵 16강전에서 심재원은 골을 넣고 박 감독을 껴안았다. “누구든 골을 넣으면 감독님을 안기로 했다”며 신임 감독을 반겼는데, 부질 없는 일이 됐다. 박 감독은 기술위의 집요한 설득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부산 팬들에겐 백번 사죄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 탓에 중책을 맡게 됐다”며 이해를 구했다. 정몽준 협회 회장이 정몽규 부산 구단주의 사촌형이라 감독을 빼오는 일이 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영무 위원장은 “박 감독이 풍부한 지도력을 갖췄고, 올림픽대표팀 연령대 선수들을 잘 알 뿐만 아니라 현 포백수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했다. “아시안컵 일본과 3·4위전 퇴장으로 홍명보 코치가 (22일부터 시작되는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몇 경기에) 벤치에 앉지 못하는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고려됐다”며 홍명보 대세론이 꺾인 이유를 설명했다. 홍 코치는 수석코치로 남는다. 박 감독이 현 올림픽대표들을 잘 안다는 얘기는 맞다. 일본과 3·4위전 수비로 나선 김치우-김진규-오범석 뿐 아니라, 박주영 백지훈 김승용 등 올림픽대표들이 모두 박 감독이 청소년대표팀 지휘 시절 스타로 성장한 제자들이다. 그는 ‘포백 수비 신봉자’로도 불린다. 조직력과 인화를 중시하는 그는 적을 만들지 않는 인품을 가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협회 기술위 소속인 박 감독의 선임과 협회와 친밀하지 못했던 조광래 전 FC서울 감독 등의 탈락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박 감독은 부산 감독에 취임하며 “축구장에도 ‘부산 갈매기’가 울려퍼지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바닥에 엎지르고 말았다.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박 감독의 평소 성격을 고려하면 갸우뚱해지는 선택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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