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옛정 승부앞엔 없다’
로이 킨(36)의 전성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로이 킨이 뛰던 맨유(1993~2005)는 리그 우승 7번, FA컵 우승 4번을 차지했다. 1999년엔 사상 첫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완성했다. 1997년 에릭 칸토나가 은퇴해 주장을 맡게 된 이후 2005년 12월 맨유를 떠나던 날까지 그는 팀의 정신적 지주였다.
“주급 12만파운드(약 2억2천만원)를 받는 리오 퍼디난드는 토트넘전에서 겨우 20분 눈에 띄었다. 그 이유만으로 자신을 슈퍼스타라고 생각한다.” 존 오셔, 앨런 스미스 등 후배들에 대한 독설을 퍼부운 뒤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떠났던 로이 킨이 2년도 채 안 돼 옛 동료들과 승부를 벌이게 됐다. 2006년 갑작스레 선수 생활을 끝낸 뒤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리그 선더랜드 감독을 맡았던 킨은 리그 23위이던 팀을 2006~2007 시즌 우승으로 이끌어 프리미어리그에 올려놓았다.
“킨이 맨유의 지도자로 성공하길 바란다.” 로이 킨이 주장일 때 맨유 앨릭스 퍼거슨 감독은 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킨의 감독 스타일은 퍼거슨 감독과 비슷한 점이 있다. 리그 2연패를 노리는 맨유와 1부리그에 갓 올라온 선더랜드의 전력은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두 팀 맞대결이 기대되는 건 맨유와 로이 킨이 엮은 ‘애증 관계’ 때문이다.
로이 킨은 다음달 2일(한국시각) 자신이 13년간 뛰었던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친정팀과 첫 대결을 벌인다. 맨유엔 2년 전 킨이 비난했던 퍼디난드·오셔·대런 플레처 등이 그대로 나온다. 로이 킨이 저주를 내렸던 선수 중 1명이던 키에른 리차드슨은 맨유에서 선더랜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친정팀을 맞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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