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28·미들즈브러) 사진 연합뉴스
지성 데뷔골 넣었던 칼링컵서…15경기만에
“장내에 내 이름 울려퍼질때 가슴 찡했다”
“장내에 내 이름 울려퍼질때 가슴 찡했다”
“오늘은 이 사람, 저 사람하고 술 좀 마실랍니다.”
이동국(28·미들즈브러)의 부친 이길남씨는 “처음 90분 뛰었는데 오늘도 못 넣었으면…. 저번에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모습을 TV로 보고 얼마나 안쓰러웠는데요”라며 감회에 젖었다. “감독한테 조금이라도 믿음을 준 것 같아요. 쌍둥이 낳은 며느리가 지금 조산원에 있는데 바로 전화를 해와 ‘한시름 놓았다’고 하더라고요. 쌍둥이 딸들이 복덩이네요.” 그는 국내 방송사에서 중계하지 않아 새벽에 인터넷 문자중계를 봤다고 했다. “골이란 글자보고 ‘내가 잘못 봤나?’ 했죠.”
기막힌 골이었다. 후반 21분 오른쪽을 파고들던 스튜어트 다우닝의 크로스가 이동국을 향했다. 이동국이 상대 아크 왼쪽에서 날린 20여m 오른발 터닝슛은 쭉 날아가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평소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이 “진짜 그 놈 발목 힘 하나는 끝내줬지”라고 칭찬한 그대로였다. 이동국은 현지 취재진과 만나 “장내 아나운서가 이동국을 외치는데 가슴이 찡했다. 첫골을 넣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2월25일 레딩FC와 안방경기에서 데뷔한 뒤 186일, 15경기 만이었다. 후반 8분 이동국이 상대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을 파비오 호쳄바크가 선제골로 연결했으니, 이날 이동국은 2골 모두 직간접 기여를 한 셈이다.
이동국은 30일 안방구장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서 열린 리그1(3부) 소속 노샘프턴 타운과의 2007~2008 칼링컵 2라운드에서 처음 90분을 다 뛰면서 잉글랜드 진출 첫골을 넣어 2-0 승리를 도왔다. 4부리그 팀까지 나오는 칼링컵은 프리미어리그 기간 중 열리는 대회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005년 12월 잉글랜드 데뷔골을 넣은 대회도 칼링컵이었다.
상대가 3부 팀이어서 첫 선발로 나오긴 했으나, 위력적인 슛으로 인상을 남긴 이동국은 이 골을 계기로 주전경쟁에 더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 주전 투톱 ‘마크 비두카-아예그베니 야쿠부’가 이적한 뒤에도 새로 영입된 ‘제레미 알리아디에르-호삼 아메드 미도’에게 투톱 주전을 뺏기고 있다.
말콤 크로스비 미들즈브러 수석코치는 “이번 골로 이동국이 상승세를 탔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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