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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도 전광판도 없었다

등록 2007-09-13 19:48

수원 삼성 선수들이 라커룸이 없어 트랙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있다.
수원 삼성 선수들이 라커룸이 없어 트랙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있다.
[현장] ‘안정환 사태’ 프로축구 2군경기 가보니
그곳엔 없는 것 투성이다. 응원 음악도, 선수 소개도 없다. 인천 유나이티드 2군 선수는 “1군 경기 때 응원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나도 저 운동장에 뛰어가고 싶어서…”라고 했다. 운동장 트랙에서 공공근로 어르신들이 휴지를 줍고 다녔다. 공이 날아가 할머니 얼굴이라도 맞는다면? ‘만보기’를 허리에 찬 중년남성이 뜀박질도 한다. 경기장은 어수선했고, 통제 불능이었다. 라커룸도 없다. 어떤 선수는 외진 곳에 숨어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다른 선수들은 트랙에 모아둔 가방에서 유니폼을 꺼냈다. 전광판도 없다. 임시 점수판이라도 있을까? 찾아봤지만, 없었다. 선수들은 몇분이 흘렀는지를 몸의 피로도로 짐작할 뿐이다. 화장실도 한참 밑으로 가야 한다. 교체선수들은 앉을 의자가 없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중 한낮에 열리는 경기. 그들의 머리를 가려줄 몇미터짜리 천막도? 물론 없었다.

13일 오후 3시 인천월드컵 보조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프로축구 2군경기. 명색히 2군 리그이지만, ‘리그’만 말이 좀 낯 간지럽게 들리는 여건이었다. 안정환(수원 삼성)은 최근 바로 이 열악하고, 관중이 손닿을 만한 거리에 있는 2군 경기에서 관중의 욕설을 참다못해 관중석으로 올라갔다가 벌금 1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관중은 무료입장이다. 이날도 주민, 두팀 일부 팬 등 수십명뿐이었다. 관중석 바로 밑에 선수 가방이 뒹굴고, 관중이 운동장으로 뛰어들어도 제지할 도리가 없다. 침묵을 깨는 건 선수들의 목소리다. 저 멀리 코너에서 소리치는 선수 말까지 들린다. 관중이 악의에 찬 욕을 하면 그 소리가 선수 귀에 정확히 꽂힐 만큼 경기장은 조용하다.

프로축구연맹은 “사실 2군리그 운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식 운동장에서 2군 경기를 하라고 하면 참가하지 않겠다는 구단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대구FC와 대전 시티즌이 불참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2군경기는 각 팀들의 연습성격이 짙다. 일부 팬이 오지만 그들을 위한 경기가 아니어서 현실적으로 지금 수준 이상 비용을 쓰기 어렵다”고 했다.

최만희 수원 2군 코치는 “얼마 전엔 경기를 하는데 달리기하는 사람 수십명이 트랙을 돌아 당황했다”고 했다. 최소한의 통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원 삼성 박성배는 “1군에 있다 2군에 오면 마음이 좋지않다. 그런데 팬들이 심한 욕까지 하면 그 욕이 3배, 4배로 들린다”며 격려를 부탁했다.

인천/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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