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가슴에 ‘나이키’ 다시 펄럭
축구협회 490억 후원 재계약
정몽준 국회의원이, 김우중 회장에 이어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맡은 1993년의 협회 예산은 35억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축구협회는 한 해 예산이 600억원에 육박하는 ‘거물’ 경기단체로 성장했다. 이듬해엔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용품업체 나이키가 5년간 무려 380억원(현금 150억+현물 230억)의 조건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5년 뒤 그 스폰서 금액이 현금만으로는 연 단위로 208%나 증가했다. 2008년부터 4년간 490억원(현금 250억원+현물 240억원).
축구협회가 나이키와 이런 금액에 후원계약을 다시 연장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축구협회로서는 1996년 나이키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세번째 계약이다.
이번에 확정된 액수는 현금만 연간 62억5천만원으로, 이전의 30억원에서 두 배 이상 올랐다. 현물은 연간 46억원에서 60억원으로 130% 증가했다. 축구협회는 23일 이사회에서 후원계약을 승인할 예정이다.
나이키 경쟁사인 아디다스가 4년간 현금만 293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축구협회는 나이키를 다시 택했다. 이렇게 된 데는 ‘블랙아웃’(나이키가 아닌 다른 축구화를 신고 A매치를 뛸 경우 축구화 로고를 검게 칠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 조항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키는 2003년 축구협회와 재계약 당시 이 조항을 넣었는데, 선수들 위반사항이 많아 소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나이키는 위약금 액수가 상당한 점을 무기로 내세워 축구협회에 재계약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협회는 이번 계약을 하면서 “블랙아웃 조항을 2003년 1월로 소급해 삭제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구협회가 지난해와 올해 다른 스폰서와 재계약한 내용도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4~5년간 축구협회 총후원액은 현물을 포함해 1039억8천만원에 이른다. 연간으로 치면 261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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