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황재원(왼쪽 세번째)이 2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프로축구 준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대학·군대·프로 ‘와신상담’…PO 2경기 연속골 꽃펴
포항, 울산 잡고 31일 수원과 플레이오프 한판승부
포항, 울산 잡고 31일 수원과 플레이오프 한판승부
1-1이던 후반 31분. 울산 골망이 흔들렸다. 두 팔 벌려 환호한 선수, 후반 22분 교체투입된 이광재(27·포항)였다. 불러주는 대학이 없어 대구대도 나중에 가까스로 들어가고, 프로가 거들떠보지 않아 상무에서 와신상담했던 비주류였다.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프로 4년차인 올해 포항으로 둥지를 옮긴 그가 ‘플레이오프 스타’가 됐다. “축구인 2세로 아버지(이연호씨·제일은행 수비수 출신)께 부끄러웠던 적이 많았다”던 아들이 효도 한번 제대로 했다. 이광재는 지난 20일 경남FC와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선제골을 넣어 포항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기여했다. 두 경기 연속골이다.
포항이 28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를 2-1로 눌렀다. 포항은 31일 저녁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리그 2위 수원 삼성과 플레이오프 단판승부를 펼친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코치진과 같이 현장을 찾아 포항 전력을 분석했다.
울산은 ‘또 포항인가?’하는 탄식을 내뱉을 법하다. 울산은 1998년 수문장 김병지가 헤딩골까지 넣어 플레이오프에서 포항을 누른 적이 있다. 그러나 김병지가 2001년 포항으로 옮긴 뒤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걸 ‘김병지의 저주’라 부른다. 김병지가 2005년 포항에서 FC서울로 이적해 그 저주가 없어지는가 싶었지만, 울산은 지난해 K리그 최종전에서 포항에 져 플레이오프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그런데 올해 또 포항에 덜미를 잡혔다. ‘포항과의 악연’에 다시 희생된 것이다.
울산은 전반 35분 따바레즈의 프리킥을 황재원이 머리로 받아 넣은 포항에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후반 25분 이상호의 헤딩패스를 받은 우성용의 왼발슛으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이광재에게 내준 결승골이 아팠다. 울산 이상호는 전반 7분 크로스바를 때리고, 후반 26분엔 골대 왼쪽을 맞혔다. 울산으로선 골대를 강타하면 경기에 진다는 ‘골대의 저주’까지 겹친 날이었다. 이상호는 “축구 시작하고 가장 아쉬운 경기였다”고 했다. 2005년 우승 이후 2년 만에 챔피언 탈환에 나섰던 김정남 울산 감독은 올해 1년 계약이 끝난다. “(감독으로서) 또 도전하겠냐”고 묻자, “그건 모르겠다”고 했다. 그의 거취는 구단 모기업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 뜻에 달려 있다. 울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28일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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