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축구오디세이 /
‘한국 프로축구는 팀도 적고 인기도 없다. 게다가 2부 리그도 없다. 그런 상황인데도 국제대회를 유치하려는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과거 제프 블라터 피파 회장한테 이런 소리를 듣고 매우 난감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대한축구협회가 2010년까지 이행할 ‘한국 축구 10대 과제’에는 ‘프로팀 추가 창단 및 1·2부 승강 시스템 구축’이 다섯번째 순위로 들어가 있습니다.
실제 프로축구 현실을 보면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팀은 현재 14개인데,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현대 쪽에서 운영하는 팀이 3개(울산 현대, 전북 현대, 부산 아이파크)나 됩니다. 광주 상무도 포함돼 있고요…. 1990년 중반 전주를 연고로 ‘완산 푸마’라는 팀이 만들어졌으나, 자금난으로 위기를 맞자 현대자동차 쪽에서 인수했고, 대우그룹이 망하자 대우 로얄즈는 현대산업개발이 떠맡았습니다.
이번에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오른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K리그로 승격하면 현대 쪽 팀은 4개로 늘어납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축구가 2002 한-일 월드컵 성공적 개최와 박지성·이영표 등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대외적으로 성과를 올렸다고는 하나, 중심축인 프로축구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팀 수와 구성 등에서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파행적인 프로축구 승강제를 정상화하려면 갈 길이 먼 듯합니다. 요즘 승강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미포조선이 망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포조선 쪽은 일년 농사를 결산하는 챔피언결정전이 축제마당이 돼야 할 판인데, 엉뚱하게 심판 판정 시비로 난장판이 돼 버렸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승격에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또 프로축구연맹이 승격 팀은 배려하지 않고 챔피언전에 앞서 미리 신인드래프트를 해버려, 알짜배기 신인들을 기존 팀들이 다 뽑아간 것에 대해서도 못마땅해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내셔널리그연맹은 12월14일 이사회를 열어 다시 승격제에 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입니다. 한국보다 10년이나 늦게 프로축구를 시작한 일본도 J1·J2리그가 있고, 승강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우리 내셔널리그 팀들은 팬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어려운 재정여건에서도 리그를 이끌어가며, 머잖은 미래 K리그로의 승격을 꿈꾸고 있습니다. K3리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프로축구 승강제의 미정착은 한국 축구로서는 아킬레스건입니다. 아직 설익은 마당에 무슨 승강제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판만 하며 기다리기만 해야 할까요.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내셔널리그연맹 등 3자는 제 갈 길만 갈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승강제 정착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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