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FA)컵 2연패를 달성한 전남 드래곤즈 선수들이 2일 우승컵을 앞세운 채 기뻐하고 있다. 우승컵을 든 선수가 주장 송정현. 포항/연합뉴스
포항 3-1로 제압…최우수선수에 김치우
31살 베테랑 미드필더 송정현(전남 드래곤즈). 그는 ‘축구협회(FA)컵의 사나이’라 일컬을 만했다. 지난해 수원 삼성과 벌인 결승 단판 승부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2-0 승리에 기여하더니, 이번엔 포항 원정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2골씩이나 작렬시키며 팀의 2년 연속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07 하나은행 축구협회컵 결승 2차전. ‘진돗개’ 허정무 감독의 전남이 송정현(2골)·산드로(1골)의 활약에 힘입어 포항 스틸러스를 3-1로 또다시 무너뜨렸다. 지난달 25일 광양 1차전에서 3-2 승리를 거뒀던 전남은 1·2차전 합계 6-3으로 지난해에 이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996년 시작된 축구협회컵에서 2연패는 전남이 처음. 전남 왼쪽윙백으로 공격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낸 김치우가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허정무 감독은 1997년 우승까지 포함해 전남에서만 통산 3회 우승을 일궈냈다.
전남은 올해 K리그에서는 14개 팀 중 10위(7승9무10패)로 부진했다. 하지만 올해도 축구협회컵에서만은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우승상금 2억원과 함께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허 감독은 경기 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장기레이스에서는 뒷심 부족을 드러내곤 했지만, 축구협회컵 같은 단기전에서는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산드로와 시몬을 투톱으로 내세운 전남은 이날 초반부터 포항과 불꽃 튀는 공방전을 벌였다.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놓은 것은 송정현이었다. 전반 35분, 이상일이 중원에서 문전 왼쪽으로 길게 찔러준 패스를 받은 송정현은 빠르게 문전쇄도하며 포항 수비수를 제친 뒤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올해 K리그 우승팀 포항의 반격도 거셌다. 포항은 후반 3분 만에 강력한 슛을 쏘았고 전남 수문장 염동균이 간신히 쳐낸 볼을, 문전쇄도하던 황진성이 차 넣어 기어코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한 골만 더 넣으면 연장전으로 승부를 몰고갈 수 있는 포항은 거세게 전남을 밀어붙였으나 전남의 견고한 수비에 번번이 막히고 말았다.
결국 후반 35분, 송정현이 해결사 노릇을 해냈다. 김치우가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낮게 공을 띄우자, 송정현은 오른발로 공의 방향만 바꿔 두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전남은 이어 3분 뒤 브라질 출신 골잡이 산드로가 아크 중앙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세번째 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갈랐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결승 2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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