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
지난 7월 아시안컵 축구대회 중 음주를 했던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회로부터 대표선수 자격정지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었다. 축구 선수가 협회로부터 ‘범법자’처럼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벌위는 “법적 권한은 없지만 선수들이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는데, 근거없이 자의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사안은 이런 문제점 때문에 당사자들이 징계에 이의를 제기하면, 논란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한국스포츠중재위원회(이하 중재위·위원장 안동수)는 선수와 단체 간의 갈등 등 스포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사건을 원활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설립됐다. 홍보 부족과 설립 초기 등의 이유로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4건의 중재신청이 들어왔고, 실제 중재처리된 것은 1건에 그치고 있다. 연간 2억원의 비용이 보기에 따라 클 수도 적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설립목적에 비해 중재위의 역할이 미미하며,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중재위는 홈페이지게시판에 올라온 도핑 징계에 관한 문의에 대해 “도핑을 해서 받은 징계는 중재대상이 아니다”는 답변까지 내놓고 있다. 분쟁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작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송호영 한양대(법과대) 교수는 지난 14일 ‘스포츠조정·중재제도 활성화 방안과 과제’ 학술대회에서 “징계사항과 대상, 종류들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내려진 징계들이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징계는 선수의 인권을 제한하는 것이기에 법리적으로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재 장안대 교수도 “중재위가 대한체육회 하부기관의 성격에서 탈피해 인사와 조직, 재정면에서 독립성을 확보해야 공정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재위는 대한체육회와 관련된 분쟁만을 다룰 수 있을 뿐, 프로종목에 대해선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또 90여명의 중재위원을 두고 있지만 조사기능이 없는데다, 이날 학술대회엔 극히 일부의 중재위원만이 참석했고, 분쟁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선수나 선수의 부모 등은 초청되지 않았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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