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금지’ 국가대표 필수조건?
파주트레이닝센터 선수 방마다 ‘생활수칙’ 액자 등장
“음주파문 이후 교육효과”-“알아서 할일 지나친 간섭”
“음주파문 이후 교육효과”-“알아서 할일 지나친 간섭”
한국축구대표팀 숙소에 급기야 ‘술·담배 금지’ 등을 적은 경고문이 나붙었다. “오죽했으면”이란 반응도 있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렇게까지 통제해야 하느냐”며 지나친 간섭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축구협회는 10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 숙소동 방마다 소집기간 중 지켜야할 ‘대표선수 생활수칙’이 적힌 액자를 하나씩 걸었다. 수칙은 △규율을 엄수하고 솔선수범하며 △겸허한 배움의 자세로 지도자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기술과 체력·정신력 연마에 최선을 다하며 △술·담배 등 경기력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일절하지 않으며 △훈련과 경기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실천한다는 항목들을 담고 있다. 마치 군부대의 군기수칙같은 내용들이다.
송기룡 축구협회 기획부장은 “아시안컵 음주파문 이후 협회 내부에서 뭔가 지속적인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계속 정신교육을 할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하면 교육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아이디어는 기획실이 냈다”고 했다. 송 부장은 “파주엔 국가대표도 오지만, 청소년팀과 유소년 선수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을 위한 교육효과를 더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회 다른 부서 관계자는 “국가대표라면 성인들인데 자기 스스로 절제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잠을 제대로 못자도 경기력에 지장을 주는데 이런 것까지 규제할 참인가? 자기관리를 못해 경기력이 떨어지면 다음에 뽑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이번 조처를 반기지 않았다.
이런 목소리는 음주파문이 일었을 때 국가대표 자격정지뿐 아니라 상벌위원회가 여론에 떠밀려 법정에서나 내리는 사회봉사까지 명령하며 강력처벌한 것을 두고 협회 내부에서조차 반대의견이 일었던 것과도 통한다. 프로팀 한 감독도 “오죽했으면이란 생각도 들지만 선수들 자존심을 건드리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수칙을 붙인 건 내 뜻이 아니라 협회에서 진행한 일”이라면서도 “(수칙을 붙이는 일이)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고 했다. 허 감독은 “물론 국가대표들인데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간섭할 순 없다. 그러나 소집기간에 술·담배같은 걸 해선 안된다. 대표들이 자기관리를 못하면 국가적으로도 손실 아닌가? 내가 정신력과 체력을 얘기하는 건 이게 국가대표로서 지극히 기본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이란 건 아니다”라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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