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앉아요? 울렁증이 생겨서….”
몇몇 기자들 앞에 놓인 탁자 쪽에 앉으며 이운재(35·수원 삼성)는 멋쩍게 웃었다. 지난해 10월 말 ‘아시안컵 음주파문’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린 기억 탓이다. “그동안 쌓아온 걸 한순간에 잃은 게 마음 아팠다”던 그는 K리그가 끝난 뒤 호주리그에서 뛰는 서혁수를 만나고 왔다. 2006독일월드컵 전후로 “뒤룩뒤룩 살찐 돼지”라는 화살이 쏟아질 때도 이 친구를 찾았다. “혁수가 잘해보자고, 좋은 모습 보여주자고 격려해 주더군요.” 그는 “아내한테도 미안했는데, 대범하게 이해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22일 훈련지인 남해스포츠파크에서 만난 이운재는 “지난해 안좋은 소식으로 실망감만 드려 죄송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가대표 1년 자격정지를 당한 그는 K리그 출전은 가능해 팀과 3년 재계약을 맺었다. 차범근 감독은 “몇몇 선수만 하는 새벽 러닝훈련까지 운재가 의욕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관우도 “운재형이 나와서 뛰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전했다. 언덕길을 뛰는 오후훈련에서 차 감독은 이운재와 같이 달리던 후배들이 처지자 “운재보다 떨어지면 어떡하냐”며 후배들을 재촉했다. K리그에서 명예를 되찾아야 하는 이운재는 백업 골키퍼 박호진과 김대환까지 부상을 당해 주전으로서 책임이 더 커졌다.
이운재에게 ‘허정무 1기’ 대표팀에 빠진 심경을 물었다. “그곳이 영원히 내 자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노력하다보니 기회가 와 내가 얻은 것 뿐이다. (김)병지형은 물론이고 후배들이 잘할 거라 믿는다.”
그러면서 대표팀 복귀 희망도 내비쳤다. “올해 프로에서 우승트로피를 갖고 마감할 무렵이면 징계도 끝난다. 내 자리에서 노력하면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K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서른여덟 나이에 대표팀에 오른 김병지의 전례를 이제 이운재가 따르려 한다.
남해/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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